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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유아인, 틀을 넘어 달리는 ‘맹렬한’ 청춘 [인터뷰]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보면서 1000만 관객과 관련한 다양한 기록을 목격했다.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영화 <실미도>가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장면도 봤고 윤제균 감독이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최동훈 감독이 <도둑들>과 <암살>로 커리어에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만든 ‘쌍천만 감독’이 된 사실도 봤다. 그리고 배우 송강호가 2013년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으로 1년에만 도합 3000만 관객을 불러들이는 장관도 봤다.

조금은 섣부른 말일 수 있지만 이 모든 기록도 혀를 내두를 기록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는 사내가 있다. 그의 이름은 유아인. 이미 올해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으로 1300만 관객을 넘긴 그는 한 달 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를 통해 사상 첫 한 해 단일배우 ‘쌍천만’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사도>의 기록은 개봉 12일 만에 420만, 추석 연휴가 길고 이후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다는 점 그리고 유아인이 쉴 틈도 없이 다음 달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로 화제성에 끊임없이 불을 지필 예정이라 대기록 달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 비극적인 운명의 세자 사도 역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쇼박스

유아인은 화제성면에서는 이 기사가 출고되는 9월29일을 기준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 중 하나다. 게다가 모든 스타들이 인기가 정점에 달했을 때 홀연히 사라져 그 안타까움을 배가시키듯 그는 <육룡이 나르샤> 방송을 끝내고나면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당분간은 대중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 젊은 연기자를 향해 내미는 대중의 손길은 뜨겁다 못해 손을 댈 지경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열기에 초연해 보인다. 아니 조금 더 과장을 보태자면 차가울 정도로 차분하다. 극과 극, 양단을 향해 치닫는 열정과 냉정은 지금의 유아인을 만들었다.

“모르겠어요….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곧 지나가겠죠? 작품을 하다 보니 ‘이런 좋은 일이 다 있네’ 하는 거고, 젊은 배우가 영화를 통해 참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 비즈니스의 세계인데 ‘애쓰면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사도>란 작품을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되고요. 원한다고 되는 일들이 아닌데 너무 좋죠. 하늘을 나는 기분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쉽지 않겠지만, 지나가겠죠. 예전에 <성균관 스캔들>이라는 드라마를 할 때 제 캐릭터 이름을 따서 ‘걸오 앓이’를 하시던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금방 나으시더라고요.(웃음) 또, 요즘 어떤 기사를 보면 ‘블루칩’이라는 표현을 보면 ‘아, 젊은 배우는 영영 블루칩으로 불리는 구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갑자기 이런 작품들을 만난 건 아니었고요. 10여 년을 연기를 해오니까 얻는 기회라고, 그래서 부담감은 훌훌 털자는 느낌을 갖고 있어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 비극적인 운명의 세자 사도 역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쇼박스

<사도>는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소원> 등을 연출한 이준익 감독의 전매특허 사극에 기반한 작품이다. 조선시대 가장 비극적인 역사 중 하나로 평가받는 영조가 아들 사도를 뒤주에 갇혀 죽게 한 8일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다. <사도>의 사도는 <베테랑>의 조태오와는 다른 인물이었다. 날 때부터 안하무인에다 사이코 패스의 느낌을 갖고 있는 조태오와 달리 사도는 원래 총명하게 나고 자랐지만 아버지의 과분한 기대와 이미 왕으로 결정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으로 서서히 무너져 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극의 비장미와 무게감으로 따진다면 유아인 필모그래피 안에서 가장 묵직한 작품이 될 만하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이야기지만 왕과 세자라는 소재는 또 남의 나라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인간적인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부자 관계에 더욱 집중했어요. 저도 실제로 아버지하고는 조금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그때 아버지가 느꼈을 감정이 이해가 됐고요. 사도가 역시 정조에게 품는 아버지로서의 콤플렉스도 조금씩 이해했어요. 부모가 자신의 기대로 자식을 키우려 하는 것, 어떤 인간인지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라고 느꼈어요. 이미 사도를 다룬 작품이 많았지만 겉멋이 없고 우직하다는 점, 기교가 없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어요. 저는 작품을 택할 때 이야기 자체가 얼마나 좋은 지를 따지거든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 사도세자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의 극중 연기 장면. 사진 쇼박스

이미 충무로의 큰 배우가 된 송강호를 비롯해 유아인은 지금껏 강한 기운을 가진 선배들과의 연기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완득이>에서는 김윤석과 만났고, <깡철이>에서는 김해숙과 모자 연기를 했다. 또한 드라마 <밀회>에서는 김희애, 영화 <베테랑>에서는 황정민과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그런 당당한, 어쩌면 당돌하기까지 한 이미지는 비슷한 나이 또래 배우와 유아인을 구분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저에게 ‘지 마음대로 하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선과 악, 마초와 소년, 여성성과 남성성, 퇴폐미와 순수미 이런 것들이 공존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사람에게 보통 붙기 쉬운 수식어에 규정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던 것 같아요. 많은 이미지를 스스로 정리해두고 있었고, 피곤하지만 극단의 모습을 직업병처럼 간직하고 살았어요. 제가 인간적인 모습에 있어서도 거침없는 이미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어느 날 광고 섭외가 왔는데 소주와 녹차 음료 섭외가 동시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 저를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누가 봐도 다 해석이 다르고, 정답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심판대에 올라가는 직업이지만 심판되기 싫었고, 어디에도 규정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갖고 살았어요. ‘어디까지 갈까, 어떤 연기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 욕망이 강박으로 변하고 거기에 혼란스러움이 더해져서 지금의 제가 된 것 같아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 비극적인 운명의 세자 사도 역을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쇼박스

그는 다음 달 5일 방송될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에서 야심가로 변모해 가는 청년 이방원을 연기할 계획이다. 그가 연기한 많은 역할은 절대 선도 그렇다고 절대 악도 아니었다.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어느 틀에도 규정되지 않는 것이 청춘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유아인은 분명 청춘이다. 그것도 ‘맹렬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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