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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희망타’ 정의윤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다. 시즌이 긴 만큼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팀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2015시즌 SK에게는 정의윤(29) 영입이 그 순간이었을 것 같다.

SK 정의윤. SK 와이번스 제공

SK는 지난 7월24일 LG와의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정의윤을 데려왔다. 장타력을 갖춘 우타자에 부족함을 느끼던 팀 상황에 따른 영입이었다. 그리고 약 두 달 뒤 정의윤의 영입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정의윤은 29일 현재 타율 3할2푼1리(246타수79안타), 14홈런 51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 10년간 LG에서 뛰면서 단 한 번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트레이드 이후 두 달여만에 자신의 모든 기록에서 최고점을 찍었다.

시즌 내내 4번 타자 부재로 고민했던 SK는 정의윤을 데려오면서 단숨에 고민을 해결했다. 정의윤은 5위 싸움 고비였던 9월 한 달간 타율이 4할2푼에 이른다. 9홈런 23타점을 쓸어담으면서 슬럼프에 빠져있던 SK 타선에 불을 당겼다. 지난 10경기에서는 7번이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정의윤은 최근 활약이 엄청나다는 얘기에 “사실 지금 내 타격감보다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최정이 없는 상황에서 다행히 내가 잘 맞고 있어 다행”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정의윤이 빠르게 완성형 타자로 진화하고 있다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타석당 투구수가 크게 늘어난데다 지난 8경기에서는 삼진을 단 1개만 당했다. 또 그 동안 나오지 않았던 ‘밀어친 홈런’도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4개나 때려냈다.

정의윤은 “이전에는 안타를 쳐야 다음 타석이 주어졌기 때문에 무작정 치기 바빴는데 이제는 경기에 계속 나가다 보니 타석에서 여유가 많이 생겼다. 공부도 많이 됐다”며 상승세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밀어친 홈런이 늘어난데 대해서는 “지금 정경배 코치님과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계속 연습하는 부분인데 사실 올해는 못 칠 줄 알았다”면서 “처음 쳤을 때 놀랐고, 두 번째를 쳤을 때부터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정의윤의 성장은 LG 시절 입단 동기였다가 넥센으로 이적해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자리매김한 박병호와 여러 면에서 묘하게 닮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길었던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한 정의윤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어제 4타수4안타를 쳤어도 오늘 경기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정의윤은 “기회가 주어지고, 시합에 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집에서도 야구 생각을 많이 한다. 야구장을 나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SK가 임훈이라는 선수를 희생하면서 까지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늘 믿고 힘을 실어주시는 김용희 감독님, 정경배 코치님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면서 “LG에서는 전력외 선수였는데 그런 나에게 기회를 준 SK에 꼭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며 막판 순위 싸움에 임하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정의윤은 “‘가을야구’를 경험했지만 제대로 시합에 나간 적은 없다. 올해 SK가 포스트시즌에 나갔을 때 시합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대가 된다”면서 포스트시즌을 향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SK는 그야말로 복덩이를 품었다. 정의윤 영입은 어쩌면 올해를 넘어 수 년간 SK의 역사를 바꿀 ‘신의 한 수’가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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