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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선홍 "더 좋은 축구를 위해 떠난다"

“8년간 달려왔으니, 이젠 쉴 때가 됐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47)의 목소리에는 고뇌의 흔적이 느껴졌다. 2011년부터 5년간 자신이 지도했던 프로축구 포항 지휘봉을 내려놓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최종 결정을 내린 탓이다.

황 감독은 29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 차례도 쉰 적이 없다. 나도, 구단도 계속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2007년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으로 부임해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뎠고, 2011년부터는 자신이 프로에 데뷔했던 포항에 부임해 자신만의 축구를 선보였다. 2012년 포항을 FA컵 우승으로 이끌었고, 2013년에는 국내 선수로만 팀을 꾸려 K리그와 FA컵을 모두 제패해 ‘황선대원군’이라는 자랑스러운 별명도 얻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올해 포항과 계약이 만료되는 그는 재계약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황 감독은 “사실 7월 무렵부터 고민했고, 구단에도 미리 말씀을 드렸다. 5년간 나에게 믿음을 준 포항을 떠나기로 결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선수 시절을 포함해 무려 10년 이상 기회를 준 팀”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포항을 떠나는 이유는 “더 좋은 축구에 대한 갈망”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포항에 남는다면 익숙한 환경에서 지금까지의 축구를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발전은 바라기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황 감독은 “감독으로 벽에 부딪칠 때가 적잖았다”며 “내가 지도자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또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최근 일본 언론을 통해 불거진 일본 J2리그 세레소 오사카 부임설은 사실이 아니란 뜻이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아직 올해 포항을 떠난 뒤의 계획은 잡혀있지 않지만, 최소한 일본의 그 팀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유럽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생각을 하고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황 감독이 포항을 떠나는 게 최근 모기업 포스코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매년 지원이 축소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 점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예산이 30% 삭감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까닭이다. 과거 황 감독도 “사실 팬들이 바라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황 감독은 포항에서 유종의 미를 꿈꾸고 있다.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남은 3경기에서 올해 목표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따내겠다는 얘기다. 포항은 29일 현재 승점 62점을 쌓아 K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황 감독은 “선수단이 오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해 훈련을 시작했다”며 “선수들에게도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하려고 한다. 구단과 팬, 선수를 위해서라도 꼭 내년 ACL 출전권을 손에 넣은 채 마무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 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황 감독이 국내 최고의 감독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황 감독이 한국을 대표하는 지도자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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