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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검은사제들’ 강동원이 ‘1000만 배우’ 호칭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벌써 열아홉 작품째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논다는 이야기가 들리네요.”

2003년 데뷔 후 12년 동안 배우 강동원은 군 복무시절 2년을 제외하면 거의 일 년에 두 작품씩을 꼬박꼬박했다. 하지만 대중의 생각에서 강동원은 연기를 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근황은 뜸한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강동원이 예능 프로그램, 토크쇼 등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그가 출연한 영화들이 1000만 관객을 모은다던지 하는 대성황을 이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모두 강동원이 의도한 일이다. 우리는 그를 영화 <늑대의 유혹> 속 미모의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속내는 경상도 사나이답게 좀 더 짙은 색을 띠고 있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최부제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동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가 이번에 출연한 영화는 장재현 감독의 작품 <검은 사제들>이다.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이전 <12번째 보조사제>라는 단편을 만들었던 장재현 감독 특유의 오컬트(대중문화적으로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세계관의 확장판에 가깝다. 그는 극중에서 신학대학교 말썽꾸러기 학생에서 김신부(김윤석)의 행보에 감화를 받고 구마(악귀를 내쫓는)의식에 참여하는 최부제를 연기했다.

“오컬트라는 점이 중요하지는 않았어요. 완전 B급 영화로 가려면 가든가 아니면 상업적인 작품이 돼야 하는데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아요. 소재는 오컬트지만, 스릴러의 느낌이 있죠. 거기다 최부제의 성장과정도 포함되고요. 굉장히 캐릭터가 세고, 설정이 세니까 굉장히 상업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좋잖아요. 윤석 형님과 저, 가장 상업적인 배우 둘이 와있으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최부제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동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강동원은 원래 종교가 없다. 그런데도 처음 맡는 가톨릭 사제 연기를 훌륭히 해냈다. 최부제의 연기에는 그의 땀이 들어가 있다. 우선 강원도에 있는 아는 신부를 찾아가 5일 동안 가톨릭 사제의 의식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리고 극중 최부제가 라틴어와 중국어, 영어에 능통하다는 설정을 지키기 위해 외국어 공부에도 매진했다. 종교를 설명하려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종교에 대한 이해는 앞서야 했다.

“단어가 어렵더라도 굳이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었죠. 외국어 단어를 하나 못 들었다고 해서 이해에 크게 무리가 가는 영화가 아니었어요. 대신에 최부제에 대해서 남성성과 소년의 느낌이 어울려 있고, 밝은 느낌과 어두운 느낌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요. 맑고 순수한 분위기지만 트라우마를 가진 내면이 의식에서 드러났을 때 또 다른 무거움을 내야 했죠.”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의 연기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이 영화에 포함된 장면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의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를 빼놓으면 안 된다. 혹자는 ‘강동원,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고 했던가. 작은 얼굴에 큰 눈 그리고 긴 팔과 다리. 그가 하얀 로만칼라의 사제복을 입고 도심을 휘적휘적 걷는 모습에서는 사제의 성스러운 분위기와는 또 다른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그는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가 많지만 그의 외모가 빛나는 몇 가지 장면을 명장면으로 대중의 뇌리에 새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늑대의 유혹>에서의 우산 밑 등장장면, <형사 듀얼리스트>의 달빛 아래 칼싸움 장면, <군도>에서의 칼싸움 장면이 역시 그렇다.

“연기자가 일하면서 연기자로서 대표되는 장면이 하나 있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이죠. 평생 연기를 하면서 그런 장면을 못 남기는 분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외모가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요. 주변의 이야기에 크게 신경을 안 쓰고, 휘둘리는 스타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로 인정받으면 되는데 왜 굳이 그런 부분을 신경써야할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은 다 주어진 장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자기의 것을 버리려고 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아요.”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최부제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동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는 그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좀 더 깊은 속내도 살짝 풀어놨다. 지금까지 강동원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경우는 꾸준히 있었지만, 그는 결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람을 웃기거나, 토크쇼에 나와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배우로서 그저 작품에 매진하고 작품으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는 그가 경상남도 창원 출신으로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무뚝뚝함과 우직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해되는 생각이기도 했다.

“이미지 소비하는 일을 개인적으로 안 좋아해요. 배우로서는 나설 때와 아닐 때를 가리는 게 맞다고 보죠. 제 성향으로도 이러한 활동방식이 맞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상업적인 활동을 왕성하게 하지 않으면 논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요. 전 데뷔 후 19번째 작품을 했거든요. 쉰 적이 거의 없어요. 끝나면 작품 준비하고 촬영하고…. 이상하게 논다는 이야기도 있네요.(웃음)”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의 연기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는 마찬가지의 논리로 흥행작에 매달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꺼냈다. 그가 가장 관객을 많이 모은 영화는 전국관객 606만을 기록한 2009년작 <전우치>였다. 그에게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1000만 배우’의 수식어는 없지만, 출연한 영화를 거의 모두 손익분기점 위로 끌어올렸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는 오히려 사랑을 받지 못한 영화에 대한 아쉬움만 있다.

“다 작게 찍어서 잘 된 영화가 많아요. 선택한 작품을 잘 할 자신은 있어요. 흥행에 대한 욕심도 많이 없어요. <전우치> <의형제> <군도>는 명절만 되면 나오고, 케이블에서 많이 나오잖아요. 앞으로도 그렇게 투자한 분들에게 손해는 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장재현 감독의 영화 ‘검은 사제들’에 최부제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동원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남았다. 그는 소녀시대 태연, 수영, 씨스타 효린, 투애니원 산다라박, 카라 한승연, 에프엑스 크리스탈, 김아중, 장나라 등 수많은 여자 스타들의 이상형이다. 강동원을 이상형으로 꼽는 여자 스타들의 눈빛은 결연함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반응은 어떨까.

“실제로 연락이 오거나, 뵌 분은 없었어요. 나이 차이가 좀 있으니까 이상형 질문이 나오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을 꼽는데 ‘이 정도면 무난하겠다’는 선택으로 저를 골라주시는 게 아닐까요?(웃음) 인기가 체감되거나 그러진 않아요. 가끔 무대인사를 가면 호응해주실 때 속으로 ‘식진 않았구나’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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