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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응답하라 1988’,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가 우리의 추억 속으로 던지는 호출 메시지,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막을 올렸다. 케이블채널 tvN의 금토극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지난 6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금~토요일 오후 8시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2012년부터 시작된 신PD와 이 작가의 <응답하라> 시리즈는 1편에서 1997년, 2편에서 1994년을 추억한 다음 지금으로부터 가장 먼 27년 전 이야기 1988년을 세 번째 기착지로 선택했다. 2회까지 방송된 드라마는 <응답하라> 시리즈 고유의 분위기에서 과감하게 벗어난 것도 있고, 아직 놓치지 않는 고집스러운 설정도 남아있었다. <응팔>의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각각 세 가지를 추렸다.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사진 tvN

■ 응팔이 과감하게 버린 것

우선 <응답하라> 시리즈의 직인과도 같았던 ‘사투리 설정’이 대거 빠졌다. 첫 시리즈였던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에서는 아예 부산이 배경이어서 배우들이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썼다. 또한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서는 전국에서 올라온 지방학생들이 모인 하숙집이 배경이라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팔도 사투리의 향연이 이어졌다.

하지만 <응팔>에서는 사투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일단 젊은 주인공들은 모두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는 중년층으로 국한됐다. 성덕선(혜리)의 부모 역을 맡은 성동일과 이일화가 각각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정환(류준열)의 아버지 김성균과 선우(고경표)의 어머니 김선영이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쌍문동 골목을 벗어나면 <응답하라> 특유의 사투리를 찾아볼 수 없다.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 방송장면. 사진 tvN

또한 1988년을 상징하는 문물이 다수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다. <응칠>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일명 ‘떡볶이 단추’ 코트에 휴대전화 초기 모델이 등장했고, <응사>에서는 삐삐, 토큰, 카세트 테이프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문물들이 등장했다. <응팔>도 비슷하다. 이번에는 더욱 먼 시기였기 때문에 고증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고, 그 제작과정의 힘이 두 세배는 들었다.

주인공 가족인 반 지하 성동일네 가족의 풍경에서 이러한 모습이 집대성된다. 2인분, 3인분을 맞출 수 있는 쌀통과 불을 때는 곤로 그리고 VHS 비디오 데크 등이 등장했다. 주인공들의 패션도 공갈목티나 교련복, 품이 넓고 허리까지 추켜입는 바지 등 1980년대 유행하던 산물을 고스란히 살렸다.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 방송장면. 사진 tvN

<응칠> <응사>와는 다르게 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라 등장인물들의 부모가 거의 등장하는 것도 <응팔>만의 차별점이다. 주인공 가족 뿐 아니라 주인공의 주인집 가족과 편모인 선우의 가족 그리고 바둑천재로 설정된 최택(박보검)의 아버지까지 모두 등장한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는 출연자의 어린 동생과 외삼촌까지 등장하면서 가족의 범위를 넓혔다.

■ 응팔이 놓치지 않은 것

하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고유의 설정이 모두 바뀐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작진의 신념에 따라 고집스럽게 세 번의 시리즈에 모두 등장하는 설정도 많다. 이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다른 시즌제 드라마와 차별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시청자들로 하여금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위험인자도 된다.

먼저 ‘회심의 무기’ 남편찾기 설정이 다시 등장했다. <응칠>에서 성시원(정은지)를 둘러싸고 형제 윤윤제(서인국)과 윤태웅(송종호)가 막바지까지 남편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했다. 이 설정에서 재미를 찾은 제작진은 <응사>에서는 후보를 총 다섯 명으로 늘렸다. 여기서도 마지막까지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 사이에서 성나정(고아라)의 남편이 누구인지 끝까지 긴장감을 줬다.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 포스터. 사진 tvN

<응팔>에서도 2회부터 20여 년 후 성덕선으로 등장한 이미연이 지난날을 추억하며 남편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남편 역으로는 김주혁이 등장했지만 그가 극중 ‘쌍문동 5인방’ 남자 넷 중 누구일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누리꾼들은 그저 최택과 선우를 유력한 경쟁관계로 보고 있을 뿐이다.

<응답하라> 특유의 ‘염소소리’도 등장했다. 이 소리는 주로 시트콤이나 개그 프로그램에서 많이 쓰던 효과음과 맥락을 같이 하는데 재미있거나 어이없는 상황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염소소리’가 등장해 <응답하라> 시리즈임을 알렸다. <응팔>에서도 앞선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염소의 울음소리가 ‘이 지점이 웃을 곳’이라고 지적했다.

tvN 금토극 ‘응답하라 1988’ 방송장면. 사진 tvN

또한 그 시대의 대표적인 사건과 주인공들이 얽혀드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응칠>에서는 주인공이 당대의 히트가수 H.O.T 팬이었고, 주인공들이 1997년 IMF 외환위기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또한 <응사>에서는 주인공들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간접적으로 얽히는 모습도 보였다. <응팔>에서는 1회부터 주인공 성덕선이 88올림픽 피켓걸로 활약하면서 당대의 사건과 등장인물이 연관되는 시리즈 특유의 설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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