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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승 뒤 일격, 그래도 '비긴 어게인'을 새기는 삼성생명

임근배 용인 삼성생명 감독은 시즌 첫 2경기를 모두 패한 뒤 어느날 늘 그랬듯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를 찾았다.

좀처럼 맘에 들지 않은 2경기였다.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으나, 막상 실전에서는 준비했던 것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19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여자프로농구(WKBL) 청주 국민은행과 경기를 앞두고 임 감독은 “비시즌 때 훈련도 잘 됐고, 시즌 들어서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니 달랐다”며 “내용적인 면에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내가 실수했구나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개막 후 2연패의 쓰라림,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기력 등은 임 감독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줬다. 그런 의미에서 새벽기도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임 감독은 “교회는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다. 그 때는 열심히 안 다녔는데 아내와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낸 뒤 2005년부터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10분에서 15분 정도 진행되는 새벽기도를 드리던 임 감독은 목사의 설교 중 유독 귀에 들어오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바로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이라는 문구였다.

임 감독은 “그 말이 이상하게 내 귀에 들어왔다. 머릿속을 오랫동안 떠나질 않았다”며 “그런데 그 말을 듣고난 뒤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 뭐가 안 되는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봤고, 다시 한 번 선수들한테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생명은 이후 3연승을 거두며 3승2패로 부천 하나은행과 함께 공동 2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1위 춘천 우리은행과는 불과 1경기차였다. 임 감독은 “전술이나 조직력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데 처음에 안 된다고 내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아깝게도 삼성생명은 이날 국민은행에 53-55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슛 난조 속에서도 전반전 15점차까지 뒤졌던 것을 후반에 따라잡았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패배를 아쉬워하면서도 “오늘 진 것은 다 내탓이다”라며 책임을 떠안았다. 비록 3연승 뒤 일격을 당했지만, ‘비긴 어게인’을 마음속에 새긴 임 감독과 삼성생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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