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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버린 LG, 스스로 위기에 몰아넣다

소문은 파다했다. LG가 2차 드래프트를 위한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진영을 제외했다는 소문이었다. 연봉 6억원짜리 선수가 팀 내 순위에서 40등 안에도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올시즌 타율 2할5푼6리로 다소 부진했지만 통산 타율이 3할3리나 되는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였다. 무엇보다 이진영은 올시즌 LG의 주장이었다.

이진영의 보호선수 명단 제외는 사실로 드러났다. 27일 열린 KBO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는 망설임없이 LG 이진영을 지명했다. KT는 각 팀으로부터 40인 보호선수 명단을 받은 뒤 이진영의 제외 사실을 알고는 쾌재를 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해 특별지명에서 KIA로부터 이대형을 얻은 데 이어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이진영을 얻는 등 연이은 행운으로 외야수 3자리 중 2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됐다.

이진영. 사진|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문제는 LG의 선택이다.

LG는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진영을 제외한 것에 대해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기 위해 마음 아픈 선택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세대교체를 이뤄야 하는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이진영을 제외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이진영은 2번째 FA 계약이 내년으로 또 끝난다. FA 자격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내년 시즌 풀타임 출전이 필요하다. LG는 “이진영의 FA 자격 재취득을 위해서라도 팀과 선수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봉 6억원, FA 계약 때 4년간 34억원을 안긴 선수를 2차 드래프트라는 방식으로 정리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KBO 공식 연봉이 6억원인 만큼 4년 24억원, 계약금 10억원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계약금 10억원을 4년으로 나눠도 2억5000만원이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보상금 3억원을 고려하면, 통산 타율 3할3리의 좌타자에 대한 보류권을 겨우 5000만원에 넘겼다는 뜻이 된다.

팀의 세대교체와 이진영의 FA 자격을 위한 풀타임 보장이라는 조건을 모두 맞추기 위해서는 2차 드래프트에 내버리듯 버릴 것이 아니라 최소한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봤어야 했다. 내외야 뎁스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 특히 포수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 사정을 고려하면 어떤 식으로든 트레이드를 우선시하는 게 정답에 가깝다.

KBO리그는 원래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 이듬해 7월31일까지 트레이드가 가능하다. 올시즌은 2차 드래프트가 있어 트레이드 가능 시점이 2차 드래프트 종료일 다음 날 부터 내년 7월31일까지다.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넣어둔 뒤 곧바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FA 시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레이드 카드로서의 매력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LG가 스스로 구단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 보류권의 가치를 헐값으로 포기한 셈이다. 이는 선수에 대한 배려라기 보다는 구단 운영의 무능력에 가깝다.

LG는 이에 대해 “격이 맞지 않는 상대 선수와의 트레이드로 이진영 선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구단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팀 내 순위에서 40위 안에 들지 못하는 것과 격이 맞지 않는 트레이드 중 어느 쪽이 더 자존심을 상하게 할 지를 고려했다는 뜻이지만 둘 모두 베테랑에 대한 존중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진영의 40인 보호선수 제외는 LG 팀 선수단 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팀 주장을 했던 선수가 곧바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상황에서 팀에 대한 로열티를 끌어내기 어렵다. 가뜩이나 팀 워크가 단단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충격요법’에 가까운 선택은 LG가 더욱 어려운 길을 가게 만드는 길이다.

LG로서는 내년 시즌 과감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성적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선수의 마음이 아니라 팬들의 마음도 떠날 가능성이 높다. LG가 스스로를 위기에 몰았다. 배수의 진을 치는 것도 전략의 방법일 수는 있지만,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LG 트윈스의 사장은 바로 전날인 26일 신문범 신임 사장으로 교체됐다. 신 사장의 첫 걸음 부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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