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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옥에 티 찾기도 유희가 되는 기묘한 추억여행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시청자들에게 첫사랑 찾기, 추억으로의 여행 말고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바로 옥에 티 찾기다.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88년에 발표되지 않은 노래나 당시 모습과 다른 소품의 디테일 찾기에 빠진 것이다.

드라마 초반부에 자주 등장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의 DJ 이문세가 소개하는 곡은 어떤날(조동익, 이병우의 듀오)의 ‘그런 날에는’이다. 성덕선(혜리)를 비롯해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은 턱을 괴고 이 노래를 들으며 감상에 젖는다. 이 명곡은 2004년 후배 모던록 그룹 마이 앤트 메리의 ‘기억의 기억’이란 노래에 일부 가사가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어떤 날이 1989년 6월 발표한 2집 <어떤 날 Ⅱ>에 수록됐다.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라디오 선곡이다.

시대를 잘못 찾아간 아이템도 있다. 카메라에 노출된 피규어 중에 일본 만화 <원피스> 캐릭터가 있다. <원피스>는 1997년에 발간을 시작했다. 애니메이션은 이보다 2년 뒤인 1999년 일본 후지TV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원피스> 피규어 또한 불가능한 소품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피규어의 원작 <원피스>는 1997년 처음 발간됐다.

극 중 등장인물 최택(박보검)의 실제 모델이 된 바둑기사 이창호의 커리어를 따지며 꼼꼼히 시대적 배경의 오류를 짚기도 한다. 이창호의 데뷔 연도가 1986년이긴 하지만 이창호가 1975년생이기에 택이의 고등학생 설정과는 맞지 않아 이질감이 든다는 것이다. 이창호가 세계타이틀을 처음 거머쥐었을 때가 1992년이고 그의 나이 16세 때였으니 1988년과 바둑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은 하지만 시대 배경과 잘 붙지 않는 설정이나 고증 오류를 심각하게 문제삼으며 작품의 정당성을 폄하하지 않는다. 추억을 강하게 환기시키기 위한 극적 허용으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이런 오류까지 즐기는 분위기다. 유쾌한 딴죽 걸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주인공들이 수학여행을 떠난 경주에 어떻게 김수로왕 매점이 있을 수 있냐는 우스갯소리가 그 좋은 예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였다. 이곳에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흔적이 있을 수 없으며 그 이름을 딴 매점의 등장은 생뚱맞다는 것. 이는 매점 주인으로 카메오 등장한 김수로를 활용한 제작진의 언어유희다.

제작진이 1988년을 재생하기 위해 기울인 정성, 그 사이 피식 새어나오는 유머까지. <응답하라 1988>의 팬덤이 심상치 않다. 지난 28일 8화 평균 시청률 12.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가구 기준, 순간 최고시청률은 14%)였다. <응답하라 1994>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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