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세돌 “바둑은 말싸움이 아니다”…좋은 바둑으로 바둑팬들을 즐겁게 하겠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지난 11일 명인전 준결승 3국에서 박영훈 9단을 2-1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후 승부판을 복기하고 있다.

“바둑은 말싸움이 아니다.”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이 최근 이세돌 9단의 가슴에 두 번 못질을 했다. 그러나 이세돌 9단은 흔들림없이 반상 승부에 더욱 몰입하는 자세를 보였다.

지난 7일 ‘2015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커제 9단은 얼마전 자신이 한 ‘실언’을 주워 담았다. “이세돌과 붙어 내가 이길 확률은 95%”라고, 이세돌 9단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이날 커제 9단은 한·중 바둑기자들을 향해 “이세돌 9단은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나에게 0-2로 패했는데 몽백합배에서 자신이 이길 확률이 50%라고 말했다”며 “그 소리를 듣고 나도 강하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얘기한 것일 뿐, 이세돌 9단과의 승부에서 내가 이길 확률은 50%가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에서 가장 두려운 대상도 이세돌 9단이고, 기풍상 가장 존경하는 기사 역시 이세돌 9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커제 9단은 9일 ‘선배’ 스웨 9단을 2-0으로 꺾고 삼성화재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뒤에는 또다시 이세돌 9단을 깎아내리는 듯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틀 전의 말을 뒤집으며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내가 이길 확률은 여전히 95%다”라고 자신한 것.

그런 자신감의 배경으로는 “나는 스웨 9단에게 상대전적에서 5승6패로 뒤져 있지만, 이세돌 9단에게는 2승무패로 앞서 있다. 내가 느끼기에 스웨 9단이 이세돌 9단보다 훨씬 강하다. 이번에 스웨 9단을 꺾은 만큼 이세돌 9단에게는 넉넉히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이세돌 9단과 치를 몽백합배 결승5번기와 관련해서도 ‘지더라도 상심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결승전을 앞두고 준비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등 듣기에 따라 오만함이 풍기는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 말은 들은 이세돌 9단은 전혀 동요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원이 발행하는 월간 <바둑>의 편집장이자 이세돌 9단의 친누나인 이세나씨는 13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어제 동생과 만나 커제 9단의 발언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동생은 커제의 발언을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쏟아낸 치기 어린 얘기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편집장은 이어 “동생은 승부를 떠나 자신이 만족하는 바둑을 두고 싶어 한다”며 “커제 9단과의 대국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명국으로 남을 일전을 치르고 싶어 하며, 그것이 승리로 연결돼 한국 바둑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몽백합배 4강전에서 커제 9단과 일전을 치르고 국내 명인전 준결승전에서 이세돌 9단과 자웅을 겨뤘던 박영훈 9단도 “커제 9단의 발언은 그냥 중국 바둑팬들에게 듣기 좋으라고 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며 “두 사람이 맞붙으면 승산은 5대5”라고 전했다.

2015년을 마무리짓는 현 시점에서 중국의 커제 9단이 삼성화재배 우승을 가져갔고, LG배 우승은 한국(박영훈 vs 강동윤)이 차지했다. 이제 한·중의 자존심 대결은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이 오는 30일부터 맞붙는 몽백합배 결승에 쏠려 있다. 그 때문인지 커제 9단은 자신이 이길 확률이 95%라는 ‘건방진’ 전망을 내놓았고, 이세돌 9단은 “바둑으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2015년 세밑과 2016년 새해 벽두를 바둑 소식이 후끈 달아오르게 할 전망이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