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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를 향해 새벽부터 달리는 샛별들

“가자! 리우데자네이루를 향해!”

22일 오전 6시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매서운 겨울 날씨에 온 몸을 꽁꽁 싸맨 국가대표 선수들이 하나 둘씩 대운동장에 모여들었다. 막 잠에서 깬 듯한 선수들을 반긴 것은 흥겨운 음악. 선수들과 함께 호각을 불며 맨손 체조를 시작한 이덕화 강사는 “태릉선수촌에선 하루 일과의 시작이 새벽 체조”라고 활짝 웃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227일이 남은 이날 태릉선수촌에는 해외 전지훈련과 휴가 등으로 빠진 종목이 많아 유도와 펜싱, 양궁, 역도, 체조 등 100명 남짓으로 단촐해진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수들은 내년 8월 5일에 개막할 올림픽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4연속 톱10이 목표다.

체조는 훈련의 시작일 뿐이었다. 운동장 한쪽에서 펜싱 선수들이 다 같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스케이트를 타는 흉내를 내는 선수들이 있을 정도로 운동장이 얼었기에 안쪽으로 뛰었지만, 터벅터벅 걷고 있는 양궁 선수들과 비교됐다. 문형철 양궁 감독은 “다른 종목 선수들이 부러워하는 눈치지만, 우리 선수들도 평소에는 많이 뛴다”며 “오늘은 혹시 넘어져 손이라도 다치면 안되기 때문에 걸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웨이트 트레이닝장인 ‘월계관’에선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녀 유도 선수들은 운동장을 피해 아예 월계관 내 트랙을 쉼없이 달렸다. 남자 유도 100㎏ 이상급 국가대표인 김성민(28)은 “오늘 훈련에선 유독 우리 유도 선수들만 땀을 흘리는 것 같다”며 “30분 내내 정신없이 뛰다보니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혼자 달리는 것은 쉬운 훈련이었다. 서정복 유도 총감독이 손짓을 하자 선수들은 이내 서로를 들어업은 채 트랙을 재차 달렸다. 몸의 중심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었다. 유도는 상대의 몸을 쉽게 다룰 수록 유리하기에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현역시절 같은 훈련을 소화했던 최민호 코치는 “옛날에는 이 훈련에 이가 갈렸지만, 그 덕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여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원희 코치의 호령 아래 코어 훈련으로 시작하더니 남자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았다. 훈련 마지막에는 레슬링 선수들의 단골 메뉴인 밧줄 타기도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 57㎏급 김잔디(24)는 “야간 개인 훈련을 오후 10시 30분까지 한다”며 “밥은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수준”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을 먹은 뒤에는 같은 장소에서 체력 훈련이 반복됐다. 이재엽 유도 의무트레이너는 “유도는 투기 종목이라 체력도 악도 가장 세야 한다”며 “원래 새벽 훈련이 가장 늦게 끝나는 종목인데 오늘은 레슬링이 해외 전지훈련으로 빠져 그나마 일찍 끝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전 11시 작은 언덕을 넘어 도착한 양궁장은 침묵의 긴장이 흘렀다. 금메달을 못 따면 오히려 이상한 종목이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더 좁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선수들은 쉴 새 없이 과녁을 향해 시위를 당겼다. 양궁은 내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살아남아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2014 아시안게임에선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기보배(27)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뽑히는 게 첫 목표”라며 “그 이후엔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해 꼭 금빛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양궁장과 달리 펜싱장 분위기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일찌감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가 드러난 까닭이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은 김지연(27)은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체력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4년 전 역시 런던에서 남자 사브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구본길(26)도 “펜싱은 랭킹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 평소와 다름 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은 “이번 동계 훈련을 얼마나 충실히 소화하느냐에 따라 1년의 성패가 갈린다는 생각으로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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