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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체’ 글꼴 무단 사용 논란…폰트 업체들 저작권 행사 나선 이유가?

‘윤서체 무단 사용’

‘윤서체’ 글꼴 개발회사인 그룹와이가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저작권법 위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폰트 저작권 위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꼴 불법복제 사용 문제는 몇년 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다. 폰트 개발회사로부터 저작권 단속을 위임받은 법무법인들이 사용자들에게 폰트를 불법복제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제시해 거액의 정품 사용료나 합의금을 무차별적으로 요구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폰트 뿐만 아니라 응용소프트웨어나 사진 이미지, 동영상 등 저작권이 인정되는 매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검찰청의 ‘저작권법 위반 사범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매년 10,000건 넘게 저작권 침해 고소고발이 이뤄지고 있다. 2013년의 경우 3만7천건이 접수됐으나 그러나 실제 공판까지 간 경우는 135건에 불과하다. 사건 접수가 정점에 달한 2008년에는 무려 9만건이 접수됐으나 정식재판에 회부된 건 그 중 8건뿐이었다. 이와 관련 저작권 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는 사단법인 오픈넷은 나머지 절대다수의 사건들은 대부분 당사자들의 합의로 종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법상 폰트의 저작권은 폰트 도안이 아니라 폰트 파일에 존재한다. 때문에 법무법인이 입수한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나 문서 등의 결과물만 가지고선 저작권 위반 입증이 불가능하다. 저작권자 측에서 수색 영장을 받아 사용자들의 컴퓨터를 수색해 폰트 파일이 없음을 확인하지 않는 한 저작권 위반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법무법인의 무분별한 경고를 받았을 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는 조언도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와이 블로그 ‘윤톡톡’ 블로그(http://yoon-talk.tistory.com/125) 갈무리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런 조언과는 입장이 다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품 SW 강매, 과도한 합의금 요구, 형사 고소 취하 조건으로 제품 강매, 합의금 요구 등을 저작권법에 근거해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21일 윤서체 분쟁 문제를 보도한 한국교육신문은 문화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 “(폰트) 파일만 적발되지 않으면 고소가 안 되는 걸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어느 정도 명확한 정황자료 등이 확보되면 수사기관이나 특별사법경찰의 압수수색도 가능하다. 공공기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폰트 개발업체에서도 다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폰트는 저작권법상 프로그램저작물로 보호받는 한편, 폰트의 디자인도 별도 법률인 디자인보호법에 의거해 보호받는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국내법은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특허 출원된 글꼴의 디자인에 ‘디자인권’을 부여해 보호하고 있다. 실제로 29일 현재 특허정보넷 키프리스(https://www.kipris.or.kr)에서 ‘글자체’로 검색하면 특허 등록된 서체 디자인이 1,300여건 검색된다.

글꼴 개발업체인 산돌글자은행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폰트를 사용한 결과물은 있는데, 폰트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폰트를 사용하지 않고 똑같은 글자 모양을 만들어냈다’는 얘기가 됩니다. 정말 폰트 파일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런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라며 저작권법의 허점을 편법으로 피해가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글꼴 개발업체들이 제품마다 각기 사용 범위를 다르게 부여하고 있는 등 라이선스 체계가 복잡하게 되어 있어 저작권 위반 문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번들로 함께 설치된 폰트를 프로그램 외 다른 용도로 사용했을 때가 대표적인 문제가 된다. 그 예로 아래아한글과 함께 설치되는 ‘한컴 윤체’ ‘한컴 윤고딕’ ‘한컴 쿨재즈’ 등의 윤서체는 한컴오피스 외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면 안 된다. 실제로 윤서체를 개발한 그룹와이는 이를 이유로 2014년 전북 지역 대학에 폰트 구입 비용을 청구하기도 했다. 반면 MS는 MS오피스에 같이 설치되는 영문 글꼴을 타 프로그램에서 쓰는 것을 문제삼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유료 폰트라도 인쇄물·그래픽 등 일반 용도 외 CI·BI나 전자책 등 특수 용도에 사용할 경우 추가 사용권 계약을 요구해 분쟁을 빚는 경우도 있다. 2013년말에는 폰트 업체들과 디자이너들이 법무법인을 통해 전자책 사업자들에게 허락 없이 폰트를 사용했다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업체들은 전자책 한 권당 3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사용하고 있는 폰트의 라이선스가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지 사용자 스스로가 확인하고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폰트 업체들은 한글 폰트 개발에 수억원이 드는 실정에서 저작권 행사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돌글자은행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많은 분들이 가장 크게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한글 폰트 회사들이 저작권 단속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글 폰트 회사인 산돌과 윤디자인, 두 회사의 1년 매출을 합해도 8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순수익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윤서체의 그룹와이와 산돌글자은행의 경우 작년 각각 54억, 31억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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