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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잡아야 산다’ 김승우, 배우부터 연출자 도전까지 ‘뛰어야 산다’

원래는 배우 김승우에 연출자 김승우까지, 활동을 넓히고 있는 그에 대해 물어볼 참이었다. 하지만 영화 <잡아야 산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불거진 ‘죄인’ 발언 논란 때문에 인터뷰의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배우 김승우, 연출자 김승우를 넘어 인간 김승우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인터뷰를 하고 싶어졌다. 오인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김승우는 여러가지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우선 배우들 중 가장 고참으로 현장의 맏형이 돼야 했고, 그가 참여해서 세운 소속사가 제작한 영화라 영화 제작 전반을 통솔해야 했다. 그리고 촬영 중간 액션장면에서 입은 부상 때문에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서도 촬영을 이어가야 했다. 게다가 거듭된 논란까지…. 하지만 그는 이러한 난관을 크게 신경쓰는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쿨하게 넘길 것은 쿨하게 넘기고 깔끔하게 사과할 것은 깔끔하게 사과한다. 김승우에게서는 왠지 모르게 ‘맏형’의 느낌이 절로 난다.

오인천 감독의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소중한 핸드폰을 고등학생들에게 뺏기고 추격전에 나서는 승주 역을 출연한 배우 김승우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시사회 끝나고 “영화가 만족스럽지 않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는 등의 표현이 논란이 됐다.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 인터뷰 나오면서 이렇게 다 죄송하다고 다시 말하고 있는 중이다. 분명 시나리오는 감독님이 쓰신 게 맞다. 그런데 극중 설정 중에 ‘내조의 여왕’ ‘1박2일’ ‘승승장구’ 둥 내 예전 경력이 언급된 대사가 있더라. 그리고 <라이터를 켜라>의 허봉구가 연상되는 설정도 있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힘들었다.(웃음) 아무튼 이야기를 해놓고 보니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는 분위기더라. 마치 불협화음처럼 비춰지고, 내가 영화에 실망했다는 느낌으로 비춰질 수 있겠더라. 사실 영화 언론시사 전에 미디어데이를 하고 거기 참석한 기자들에게 ‘감동보다는 재미를 줄 수 있겠다’고 호언장담 해놓은 게 있어서 그 부분보다는 실망했다는 그런 말이었다. 확실히 오랜만에 작품을 해서 그런지 지금 매체 행사 분위기를 잘 몰랐던 것도 있다. 이 영화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로 순서를 매긴다면 나는 분명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이 말 때문에 오해를 빚은 데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

- 그만큼 오랜만에 작품을 했기에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이 걸린 이유는?

“지난해 드라마 <심야식당>은 찍었지만 영화는 오랜만이다. 원래 3년 정도 쉴 생각은 없었다. 1년 정도 아이들과 함께 있겠다 생각했던 건데 아이들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고를 만큼 좋은 작품을 못 만났던 것 같다. 6개월 정도 생각하고 쉬었는데 어느새 3년이 됐다. 이제 아내가 올해 작품을 하면 또 당분간 집에 있어야겠지.(웃음)”

오인천 감독의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소중한 핸드폰을 고등학생들에게 뺏기고 추격전에 나서는 승주 역을 출연한 배우 김승우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잡아야 산다> 속 액션 장면이 눈에 띄었다. 어딘가의 특공무술이라고 하던데?

“‘크라브마가’라는 러시아 무술인데 감독님이 액션을 좋아하신다. 이탈리아에 다녀온 사이 액션 장면이 세 개 정도 들어갔더라. 액션만 빼놓고 보면 꽤 괜찮게 찍은 것 같다. 생소한 기술이라서 정말 오랜만에 액션스쿨에 가서 몸을 만들었다. 다들 ‘여기 왜 왔냐’고 놀라는 분위기였다. 손기술이 주로 많다. 찍은 소감은, 또 액션 영화가 들어오면 할 수 있겠더라. ‘김승우 아직 안 죽었다’ 말할 수 있을 정도다.(웃음)”

- 같은 소속사의 김정태를 포함해 모든 배우들보다 경력이 많은 선배였다. 후배들과 어떻게 어울렸나.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작품이었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던 것은 맞다.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다 싶기도 하다. 후배들에게는 현장에서의 자세를 강조했다. (김)정태야 오래 본 동생이고 사적으로도 친했으니 호흡은 문제없었다. 단 애드리브가 좀 튄다 싶어 걱정을 했는데 완성본을 보니 치밀한 계산 아래 한 것이더라. 고등학생 역을 한 친구들에게는 이미 다 스무 살이 넘었지만 교복을 입은 역이니 담배도 함부로 피지 말고 고등학생처럼 연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 학교나 이런 곳에서 강의를 하라고 섭외가 오는데 고사했다. 이유는 연기를 가르칠만한 이론적인 무장이 안 돼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후배들을 가르쳐보니 보람이 있었다.”

오인천 감독의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소중한 핸드폰을 고등학생들에게 뺏기고 추격전에 나서는 승주 역을 출연한 배우 김승우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그래서 단편영화 연출에 도전을 한 것인가.

“회사에 여섯 명의 신인이 있다. 이 친구들을 프로필 사진으로 알릴 수 있겠지만 연기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10년 전 정도에 썼던 시나리오로 직접 촬영도 하고 했다. 스태프를 구성하는데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분들이 흔쾌히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제작진이 구성됐다. 내용은 말랑말랑한 사랑이야기다. 나는 원래 드라마를 중시한다. 이야기가 좋아야 한다고 보는데 진한 사랑 이야기다. 제목은 <언체인 러브>, 선댄스 영화제에 내볼까?(웃음)”

- 최근 배우 조성하를 비롯해 꽃중년 배우들의 로맨스가 주목받는다. 한 때 멜로도 많이 찍었는데.

“아무나 하는 역이 아니다. 제일 예쁜 이야기는 당연히 20대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40~50대도 농익은 사랑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나이가 좀 많아졌다. 지금은 멜로보다는 인간미가 있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사랑 이야기는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찍으면 된다.”

오인천 감독의 영화 ‘잡아야 산다’에서 소중한 핸드폰을 고등학생들에게 뺏기고 추격전에 나서는 승주 역을 출연한 배우 김승우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아이들도 이제 학교에 다니고 많이 자랐다. 아이들에게 꼭 지키는 것이 있다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엄마는 매번 웃는 역할을 하고, 아빠는 매번 싸운다고 생각한다.(웃음) 이번 영화도 보여주려고 했더니 무섭다고 안 보더라. 와이프가 육아는 전담하다보니 와이프에게 미안한 점이 있다. 운동회도 가고 많이 돌봐주려고 애를 쓴다. 아이들이 특별하지 않게 평범하게 자랐으면 한다. 단지 누구에게 뒤쳐지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이들이 배우를 한다면 일단 반대할 것 같다. 정상적인 학업과정을 마치고 정말 현실적으로 상의를 해온다면 정말 업계 선배의 입장으로 냉철하게 조언할 생각이다.”

- 앞으로 연출자 김승우를 기대해 봐도 될까.

“우리 직업이 운동선수 은퇴 후에 감독하는 거랑은 또 천양지차다. 감성적 체력이 남아있는 한에는 꼭 현장에 설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뇌가 쉬지 않게 하기위해 연출을 조금씩 하는 것이다. 큰 영화가 아니라 작은 영화를 통해 나를 조금씩 실현시키고 싶다. 좋은 작품을 하게 되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내 감성을 실현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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