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는 ‘축구계의 도우미’로 불린다. 계약에 익숙치 않은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고, 팀을 옮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국내 일부 에이전트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금지한 ‘서드파티 오너십’(Third-Party Ownership)을 이용해 이적 협상을 하면서 큰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드파티 계약 문제는 지난해 12월 지방 ㄱ구단이 외국인 선수 A의 이적과 관련해 소송에 휘말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드파티 계약은 구단과 선수를 제외한 제3자가 선수 소유권를 갖고 선수를 이적시킨 뒤 이적료의 상당 부분을 챙기는 것이다.
국내 구단과 에이전트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서드파티 계약을 암암리에 행했다. 주로 브라질 선수들이 대상이었다. 국내 선수가 연루된 사례도 있었다. 자금력이 풍부한 에이전트가 시·도민구단에 접근해 유망주들에게 계약금을 대신 지불하고 선수 지분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드파티는 FIFA가 이적료 흐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가동하고 있는 이적시스템(TMS)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구단과 에이전트 간 별도의 계약서를 봐야만 알 수 있다. 이 계약 관계는 선수가 이적을 추진할 때야 드러난다.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유스팀에서 뛴 B선수와 리우올림픽 예선에 출전한 C선수가 그런 경우다. 두 선수 모두 돈이 있는 기업 구단행이 점쳐졌지만 2013년 시·도민구단인 ㄱ구단과 ㅁ구단에 자유선발로 입단했다. ㄱ구단과 ㅁ구단은 선수에게 계약금(최대 1억5000만원)을 줘야 했다. 이 때 서드파티 계약이 이뤄졌다. 계약금은 에이전트 호주머니에서 나왔고 구단은 대신 선수 이적료 지분의 70~90%를 에이전트에 보장했다.
B선수의 이적 과정에서 일부 공개된 이면 계약서에는 ‘ㄱ구단은 프로축구연맹이 정한 자유계약으로 B선수와 계약한다. 에이전트는 ㄱ구단을 대신해 B선수에게 계약금을 지급한다. B선수가 계약기간 중 국내외 타 구단으로 이적할 때 ㄱ구단은 에이전트에게 이적료의 70%를 지급한다. 지급 시기 및 방법은 별도로 협의한다’는 문구가 담겼고 연맹도 이를 확인했다. C선수도 지분 비율이 다를 뿐 문구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계약금이 필요한 자유선발로 시·도민구단에 들어간 선수들은 모두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서드파티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연맹 관계자는 11일 “일부 에이전트가 금지된 계약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며 “정확히 어떤 부분부터 규정에 위반됐는지 세밀하게 파악했고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맹은 2014년부터 서드파티 계약의 존재를 알았다. ㅁ구단이 2014년 부실 운영으로 연맹의 관리 감독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서드파티 계약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구단 임시 단장으로 파견된 연맹 관계자는 “그 때는 FIFA가 서드파티를 금지하지 않았기에 손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