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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알고 보면 ‘순정마초’ 박성웅 “이제는 저보고 귀엽데요”

보통 연기자를 지칭할 때 쓰는 ‘배우(俳優)’. 이 말의 한자는 ‘광대 배’에 ‘넉넉할 우’를 쓴다. 비록 나중에 만들어진 말이긴 하나 이 ‘배’자에는 ‘사람’을 뜻하는 ‘인(人)’과 ‘아니다’는 뜻의 ‘비(非)’가 섞여있다. ‘사람인데 사람이 아닌 척을 하는 일’ 또는 ‘사람인데 사람을 넘어서는 일을 하는 것’ 등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분명 이전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일이 ‘배우’의 요건이라면 박성웅은 이 말에 가장 잘 들어맞는 사람이다. 불과 지난해까지는 ‘악역’으로 최적화된 사람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 <신세계>를 비롯해 <살인의뢰> <무뢰한> <황제를 위하여> 등에서 쌓인 중후하면서도 악한 이미지는 웬만한 일로는 잘 씻겨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과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두 작품에서 나온 인간적인 이미지로 악역의 모습을 순식간에 지웠다.

최근 종방한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변호사 박동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박성웅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세상에, ‘귀엽다’는 말을 최근 들은 적이 있다고?

“<리멤버> 촬영 때문에 <검사외전> 시사회에 못 갔다. 그래서 나중에 개봉관에 평상복 차림으로 갔는데 영화가 끝난 후 여자 분 두 분이 뒤에 지나가면서 ‘박성웅 정말 귀엽지 않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사실 웃기려고 그 연기를 한 건 아니다. 진지하게 가던 인물인데 한 순간 허당의 모습이 나오면서 인간적인 면이 나오니 그런 부분을 더 잘 봐주시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의 배역도 악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의리가 가득하다는 표현이 맞겠지.”

-한국외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피의자를 연기했다. 이번에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비로소 검사와 변호사를 연기해 ‘법조전문 배우’가 됐는데.

“와하하. 그 말은 맞다. 법정에서 수갑을 안 차고 있는 건 오랜만이다. 법정장면이 원래 힘들기는 하다. 나만의 노하우라면 어려운 용어를 딱딱 끊어서 발음해주면 된다. 오랜만에 법률용어를 대사로 하려니 힘들긴 했다.”

최근 종방한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변호사 박동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박성웅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극중 서진우(유승호)를 돕는 변호사 박동호를 연기했다. 의리 가득한 캐릭터만큼이나 화려한 패션도 눈길을 끌었는데.

“그냥 처음 배역 소개가 그랬다. ‘박동호. 총천연색 화려한 의상’. 스타일리스트와 상의를 하면서 의상을 준비했는데 의상을 어디서 준비해오는지 대단했다. 위아래 하얀 양복에 분홍색 셔츠, 보라색 정장, 바다처럼 파란 정장 등을 입었다. 어떻게 이런 옷을 입나 했지만, 또 몸이 몸인지라 잘 맞더라. 그래서 보라색 정장은 아예 구입했다.”

-이미지와 달리 또 눈물도 많았다고.

“이번에 <리멤버>를 하면서 알았다. 극 후반으로 가면서 진우를 돕는 감정에 잘 몰입이 되더라. 마지막쯤에 진우가 기억을 잃은 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 순간부터 먹먹하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였다. 눈물을 참다보니 막판에 더욱 쏟아졌다. 마흔을 넘어가니 눈물이 많아진다. 저번에도 영화 <히말라야>를 보고도 펑펑 울었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눈물이 많아지는 부분이 있던 것 같다.”

최근 종방한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변호사 박동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박성웅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원래는 유쾌하고 재밌는 성격으로 알고 있다. 연기 때문이긴 하지만 악역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부분이 싫지 않았나.

“악역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걸 하고 싶긴 하다. 액션을 해도 나는 대역을 안 쓰니까 혼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이전까지는 ‘센 캐릭터는 무조건 박성웅이 거다’라는 반응들이 싫었던 거다.”

-그래서,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이 멜로?

“<그대 이름은 장미>라고 조석현 감독의 영화다. 극중 유학파 의사인데 한국에 잠깐 회의 때문에 나와있는 인물이다. 그러다가 첫 사랑인 유호정 선배를 만난다. 최근 촬영을 시작했는데 찍으면 찍을수록 나의 모습이 들어가서 배역이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걸 느꼈다.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면서 좋아하는 모습과 당황하는 모습에서 귀여운 모습이 또 있더라. 아마 ‘박성웅식’ 멜로가 또 펼쳐질 것 같다.”

최근 종방한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변호사 박동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박성웅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오랜 무명생활 끝에 최근의 인기까지 긴 시간을 보내왔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예전에 많이 쉬던 기억이 있어서 요즘에도 오래 못 쉰다. 오히려 쉬면 아프다. 2년 정도 작품이 없어 놀았던 적도 있다. 지금이 피곤하고, 힘들긴 해도 무명시절 이렇게 되길 원했던 나다. 그래서 힘이 들거나 나태한 생각이 들면 옛 생각이 난다.”

-‘아들 바보’로도 유명하다.

“촬영이 없을 때는 무조건 아들을 싸매고 밖으로 나간다. 최근에는 아드님께서 수족관을 가고 싶으시다고 해서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몰의 수족관을 갔다. 또 거길 가니 놀이공원이 가고 싶으시다고 하시더라. 하하. 한창 <리멤버> 촬영 중이라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셨는데 그게 불편한 게 아니라 줄을 너무 길게 서야 하니까 그게 힘들더라.”

최근 종방한 SBS 수목극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변호사 박동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박성웅이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그렇다면 최근 유행인 ‘육아 예능’ 섭외도 있었을 것 같은데.

“원래 연예인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예능도 실제 섭외가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웬만하면 고사한다. 우선 일정이 바쁘고, 배우는 몰입을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능에서 뭘 잘 하면 분명히 좋겠지. 하지만 결국엔 제 살 깎아먹기가 아닌가 생각했다. 섭외 올 때도 한 달을 고민했다. 2주에 한 번 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기회가 좋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들 상우가 의지에 상관없이 공인이 되는 건데, 사생활이 없어지는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냥 배우로서의 생활을 통해서 다양한 면을 보이고 싶다.”

-빨리 유명세를 얻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없나.

“오히려 지금이라도 인기가 와서 고맙다고 생각한다. <리멤버> 찍으면서도 한진희 선생이 ‘지금 40대 중반이면 우리 나이대의 30대 중반’이라고 하시더라. 마동석, 조진웅도 그렇지만 다 시대의 흐름을 잘 타서 이렇게 배우를 하는 거다. <응답하라 1988> 나왔던 (류)준열이도 그런 거다. 타고난 외모보다는 바른 가치관을 통해 배우가 된 친구들이 기특하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드니로가 롤 모델이다. 그 형님은 일흔이 넘은 지금까지 배우 잘 하고 계신다. 나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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