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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신작 단편 ‘미국 마법의 역사’에 뿔난 미국 원주민들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 신작 단편이 미국 원주민들의 전통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J. K. 롤링이 운영하는 해리 포터 웹사이트 ‘포터모어’는 8일(영국 현지시간)부터 <미국 마법의 역사>란 제목의 단편 소설 4편을 하루에 1편씩 공개하고 있다. 영국 지역에 한정됐던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법 세계를 해외로 확장해 북미 지역의 마법 설정들을 다루는 단편 시리즈다. 8일 첫 번째 단편 ‘14세기부터 17세기’가 공개됐는데,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원주민 집단들을 단일한 하나의 집단으로 뭉뚱그렸을뿐만 아니라 현실과 거리가 먼 신비한 존재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 단편에서는 롤링은 나바호족의 전설에 등장하는 ‘스킨 워커’에 대해서 “마음먹은 대로 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이며, 이는 사실에 기반한다”고 서술했다. 또한 “이들이 변신 능력을 얻기 위해 가까운 가족을 희생한다는 전설이 퍼졌으나, 이는 노마지(마법을 쓸 수 없는 일반인) 주술사들이 만들어낸 악의적인 소문이다. 실제로 이들의 다수는 부족을 위해 사냥을 하거나 학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동물의 형태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편에 대해 한 트위터 이용자가 롤링에게 “이해가 잘 안 간다. 스킨 워커가 악하다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아니면 이들이 그냥 애니마구스(동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사)란 뜻인가?”라고 묻자, 롤링은 “내 마법 세계에서 스킨 워커는 없다. 그 전설은 노마지들이 마법사들을 악마화하려고 지어낸 것이다”라고 답했다.

가장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한 이는 체로키족 출신의 학자인 에이드리언 킨이란 블로거로, 그녀는 블로거와 트위터를 통해서 롤링이 원주민들의 전통을 “완전히 다시 써버렸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롤링의 이와 같은 트윗을 본 킨은 롤링에게 다음과 같은 멘션을 남겼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세계는 ‘당신의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킨 워커 이야기는 맥락과, 뿌리, 그리고 현실성을 갖고 있다. 주변부로 쫓겨난 사람들의 살아있는 전설을 당신이 가져다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

킨은 또한 자신의 블로그에서 “우리는 원주민들이 현대적이고, 현실적이고, 온전하고, 완전한 인간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매일 싸우고 있다. 우리를 자연과 연결된 신비한 무당 내지는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전사 쯤으로 가둬놓는 스테레오타입을 밀어내기 위해서다”라며 “이런 소설을 보는 젊은이가 어떻게 원주민들이 <해리 포터> 같은 허구의 세계에 속한다는 논리적 비약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롤링에게 직접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나바호 족의 작가인 브라이언 영 또한 트위터에서 “당신(롤링)이 우리 문화를 손쉬운 소품마냥 가져다 쓰라고 우리 조상들이 식민지화로부터 살아남은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트위터에서는 원주민 출신의 이용자들이 “스킨 워커는 엄연한 토착 문화의 일부분이다. 당신이 우리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점이 실망스럽고 또 역겹다” “롤링의 글은 원주민 문화에 대한 ‘오역’이다. 그녀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원주민의 스토리와 심상을 이용하는 외부인으로서 글을 썼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건 좋지 않다” 등등의 비판 메시지를 남겼다.

롤링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마법의 역사>는 11일(현지시간)까지 포터모어에서 단편 4편이 차례대로 발표될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인 <신비한 동물사전>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한국어판의 일부 발췌문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단편이 공개된 첫날 2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이는 단편이 공개된 17개국 중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워너브러더스측은 전했다.

롤링은 ‘포터모어’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신작 단편에 <신비한 동물사전> 관련 내용이 들어있다고 밝히며 영화를 보기 전에 읽어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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