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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전문가 김찬우 6단 “알파고에 패한 이세돌 때문에 바둑 발전 불러올 것”

“이세돌 9단이 1승이라도 하면 그게 구글이 놀랄 일이다.”

국내 바둑 인공지능(AI) 개발 전문가이자 프로기사인 김찬우 6단은 이세돌 9단 대 알파고의 대결이 알려진 직후부터 알파고의 우세를 점친 전문가 중 하나다. 프로기사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다. 그의 눈은 낭만적인 바둑이 아니라 과학적인 인공지능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김찬우 6단

김6단은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9단이 단순히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과 대결한다는 생각이 착각”이라고 했다. 그는 “알파고는 구글이 막대한 자본으로 세계의 천재들을 끌어모아 만들어 낸 첨단과학의 산물이다. 게다가 이 9단은 홀로 싸우지만 알파고는 최고 사양의 서버용 컴퓨터 1200대가 한몸을 이룬 괴물”이라며 “이번 대국은 헤카톤케이르(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50개이고 팔이 100개인 거인)에게 인간이 돌팔매로 맞선 형국”이라고 말했다.

김6단은 2연패 직후 나온 ‘이 9단의 기보는 모두 노출돼 있고 알파고의 정보는 철저히 감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국은 불공정하다’는 일부의 지적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쳤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은 원래 ‘인공지능이 ○○○함에도 인간을 넘을 수 없다’가 기본전제라는 게 그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어쩌면 이번 싸움의 상대는 바둑이 아닌지도 모른다. 엄청난 정보력을 확보한 구글의 네트워크가 세상을 집어삼킬 수 있느냐를 실험해 보는 무대다. 그 실험대상 중 하나가 바둑일 뿐이다”고 전했다.

김6단은 바둑이 인공지능에 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했다. 바둑은 모두가 말하듯이 정말 복잡한 게임이다. 그러므로 착각이 나오고, 이는 실수로 이어진다. 하지만 고도의 슈퍼컴퓨터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김6단의 설명이다. 그는 “단순한 것은 사람이 이기고, 복잡한 것은 컴퓨터가 이기는 게 상식”이라며 “오목에서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지만(사람이 먼저 둘 경우), 바둑에서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9단이 1승을 건지면 그것이 구글을 놀라게 할 일이라고도 했다.

이 9단의 패배가 바둑의 쇠락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럴 일은 절대 없다”며 ‘사람 대 사람’ ‘사람 대 인공지능’ ‘인공지능 대 인공지능’ 등 다양한 대결이 이뤄져 승부의 재미를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바둑 승부가 ‘빠르게 두기’를 강요하면서 인간 사유의 지평을 넓히지 못한 것이 이번 ‘인간 패배’의 원인일 수 있다며, 반성을 통해 인류문명이 발전해 왔듯이 이번 승부는 바둑을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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