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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국 앞둔 이세돌, 난전 이끌어 알파고 약점 노린다

‘알파고가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3연패 끝에 투혼의 1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의 심경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쾌해하기는 하지만, 최종 승부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세돌 9단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승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정근기자

구글이 만든 ‘괴물’ 알파고가 무너져 전국이 들썩거리던 시간에 이세돌 9단은 호텔 뒤편의 횟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세돌 9단의 제자 신민준 4단의 아버지가 마련한 자리로, 한종진 9단과 김만수·염정훈 8단 등도 함께했다.

소주도 한잔 곁들인 이 자리에서 단연 화젯거리는 ‘알파고의 정체’였다. 도대체 알파고의 실력이 어떻기에 천하의 이세돌 9단이 쩔쩔매느냐가 관심사인 것은 당연했다.

이에 대해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그동안 보아온 인공지능과는 차원이 다른 게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고 한종진 9단을 전했다. 치열한 수싸움에서 이해하지 못할 실착을 범하는 등 약점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알파고가 실수를 했을 때 이세돌 9단 자신도 같은 실수를 하는 것이 문제로,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 패배의 원인을 자기에서 찾는 듯했다고 한9단은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4국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 한 수’, 두 흑돌 사이에 끼워 넣은 백78도 화젯거리였다. 퍼뜩 생각하기 어려운 수이지만, 실제로 묘수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 수에 대해서는 이세돌 9단이 “그 수밖에 안 보였다. 다른 수는 안 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해 진짜 성공할 수 있을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직감적으로 둔 수인데, 문득 ‘이 수는 된다. 이 수라면 알파고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는 게 같이 있던 사람들의 얘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15일 벌어질 최종 대국의 ‘승리 비책’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결론은 ‘쉽지 않다’였다. 다만 알파고가 자신이 이길 확률을 49% 이하로 인식할 때 ‘떡수’(잘못 둔 수)를 둔다는 점에서 판을 최대한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 이세돌 9단의 승률을 높이는 길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이세돌 9단이 최종 대국에서 흑을 잡은 데는 이러한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중국룰로 치러져 덤이 7집반이나 되는 이번 승부는 아무래도 백이 두기 편하다. 따라서 이세돌 9단이 흑번일 때 알파고는 훨씬 강해진다. 하지만 흑을 잡아야 ‘쎈돌’ 스타일의 난전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한9단과 김8단 모두 최종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4국에서도 천하의 묘수가 터지기 전까지 이세돌 9단이 고전했듯이 알파고의 실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4국에서는 우연히 흑이 큰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이세돌 9단이 타개하는 수순을 찾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그런 모양을 인위적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한9단과 김8단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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