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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할 때면…김현수, ML식 ‘셀프 코칭’ 조기 학습

롤러코스터라면, 탑승하자마자 낮은 곳으로 급히 하강했다가 다시 올라서고 있는 그림이다. 아직 제자리는 아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볼티모어 김현수(28)는 시범경기 같지 않은 시범경기를 보냈다. 개막 이후 23타수 연속 무안타를 이어간 끝에 안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탬파베이전에서 40타수를 채우며 타율 2할을 회복했다.

사실 어느 타자라도 무안타 행진이 20타수에 근접하게 되면, 문제점 찾기 위해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시범경기도 예외는 아니다.

볼티모어 김현수. 사진 |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지난해까지 뛰던 두산이었다면, 타격코치를 찾아 조언이라도 구했을 상황이었다. 김현수는 두산 시절, 부진하다 싶으면 타격코치를 찾아 문제점을 고쳐가곤 했다. 타격훈련 시간을 늘리며 무너진 밸런스를 잡았다.

지난해 김현수와 함께 한 박철우 두산 타격코치는 “현수가 워낙 뛰어난 타자지만, 1년 내내 좋은 타격 밸런스를 유지할 수는 없다. 현수도 이따금 ‘코치님, 안맞네요’, 하고 답을 구하곤 했다”며 “그럴 때면 보충 타격훈련을 1~2시간 늘리며 좋을 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을 발견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현수가 먼저 코치를 찾지 않더라도, 타격코치가 먼저 흐트러진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KBO리그의 타격코치와 선수간 당연시되는 문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웬만해서는 코칭스태프가 주전급 선수의 폼을 바꾸고 고치려고 먼저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주력선수라면 구단의 자산이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다룰 수밖에 없는 게 메이저리그 문화이기도 하다. 김현수 역시 주목을 받으며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은, 쉽게 손댈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타격이 침체에 빠져있는 동안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이 김현수와 함께 KBO리그 시절 타격 영상을 함께 본 것이 현지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다.

시범경기 초반 부진을 보인 김현수는 이를테면 ‘매’를 먼저 맞은 셈이다. 그 과정에서 메이저리그식 홀로서기도 체득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진할 때, 스스로 움직여 해법을 찾는 것이다.

김현수는 국내프로야구 시절에도 홈팀 훈련을 마치고 원정팀이 타격훈련을 할 때, 더그아웃에 홀로 앉아 상대팀 타자들이 타격하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그냥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빙그레 웃곤 했지만,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것을 보며 새로운 것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혼자 해결해야할 게 더욱 많다. 양 리그의 다른 문화를 매우 일찍 배워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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