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피터팬’ 김병철 코치의 감격 “14년이나 걸렸네요”

“14년이 걸렸네요.”

담담한 듯 말했지만 작은 떨림이 있었다. 오리온 농구의 역사 ‘플라잉 피터팬’ 김병철 코치(43)는 2번째 우승의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양 오리온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86으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1~2002 시즌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김 코치는 오리온이 달성한 2번의 우승을 모두 겪은 유일한 인물이다. 첫 우승은 선수로, 이번에는 코치로 감격을 누렸다.

오리온 김병철 코치가 추일승 감독과 경기 중 작전을 상의하고 있다. KBL 제공

김 코치는 만감이 가득했다. “첫 우승 때도 그랬는데 경기가 끝날 때까진 우승 기분을 느껴볼 겨를이 없었는데 휘슬이 울리고 나니 실감이 난다. 14년이나 걸렸으니 참 오래 됐다.”

김 코치는 올 시즌 추일승 감독을 묵묵히 보좌하고 선수들의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며 우승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특히 올 시즌 ‘히트상품’ 조 잭슨의 슛을 조련하고 시야를 넓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노력한 덕분”이라며 “마지막에 결과가 좋아 더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오리온에 입단한 김 코치는 오리온 농구의 산 증인이다. 지난 역사를 떠올린 그는 잠시 추억에 잠겼다. 오리온은 프로농구 출범 후 2년 연속 4강에 진출했으나 그가 군에 입대한 시기에 치욕의 32연패를 겪었다. 그가 복귀한 첫 시즌에도 예상을 깨고 꼴찌로 처졌다.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2000~2001 시즌 오리온은 특급 신인 김승현(은퇴)과 김병철·전희철(SK 코치) 듀오와 막강 외국인선수 마르커스 힉스가 조화를 이루며 승승장구해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까지 통합우승을 일궜다.

김 코치는 “앞선 시즌에 꼴찌를 하다가 우승했죠. 그때 꼴찌하며 손가락질 받았던 생각도 났고 그런 설움이 교차해 우승 후 더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번에 다시 우승하면서 새삼 우승이 정말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동안 4강에 가고, 6강에도 가고 몇차례 기회가 있었으나 마지막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 기회가 와서 잘 살렸고 우승을 이뤄내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오리온맨’ 김 코치는 원클럽맨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오리온 구단은 집같고 고향 같은 곳”이라고 했다. “집이라는 곳이 편안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부모님이 계셔 때론 무섭고 책임감이 들기도 하는 곳이다. 집이 된 오리온에서 계속 목표를 가지고 전진해 나가겠다.”

김 코치는 “내 농구 인생 경력에서 가장 자랑스레 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한 팀의 프랜차이즈로 오래 했다는 자부심이다. 그런 영광을 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행운아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마지막으로 “선수로 뛴 챔프전을 떠올리면 정말 쉽지 않았다. 정규리그 경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몸도 정신력도 두 배 이상 힘들었다”면서 “결국 이걸 잘 이겨내고 우승까지 이뤄낸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