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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염경엽의 트레이드 히스토리

넥센이 서동욱을 KIA로 보내게 된 것은 일단 구단 차원에서 결정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구단 회의를 통해 내야수 서동욱을, 그를 필요로 하는 팀으로 보내자는 방향을 설정하면서 현장의 염경엽 감독과 상의를 했다.

이후 그의 행선지가 확정된 것은 평소 염 감독과 친분이 있는 김기태 KIA 감독과의 소통 덕분이었다.

서동욱은 올해 연봉으로 5800만원을 받고 있다. 넥센 입장에서는 활용도 대비 비용 부담을 느껴 그의 이적은 적극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 넥센 관계자는 “구단에서는, 서동욱 입장을 먼저 생각하면서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보내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KIA 김기태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

말하자면 ‘웨이버 공시’보다는 모양새 좋게 직거래를 하자는 취지였다.

염 감독과 김 감독은 광주일고 동기 동창으로 우애가 돈독한 친구 사이다. 지도 스타일은 다르다. 염 감독이 도드라질 만큼의 꼼꼼함으로 팀을 꾸려간다면 김 감독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태양의 온기로 선수들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물론 두 감독도 사령탑 대 사령탑으로 마주하면 양보없는 혈전을 벌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지도 스타일을 높이 평가한다.

김 감독이 요미우리 코치로 있던 2010년 LG 2군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과정에서도 염 감독의 역할이 컸다. 당시 LG 운영팀장이던 염 감독은 당시 팀 사령탑이던 박종훈 감독의 뜻을 확인하고, 구단 수뇌부와 함께 김 감독 영입전을 펼쳤다. 김 감독 역시 다른 구단의 손짓을 마다하고 LG로 방향을 잡은 것은 친구의 부름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염 감독과 김 감독이 ‘선수 거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넥센이 LG에 포수 최경철을 주고, 서동욱을 건네받은 것도 두 감독 사이의 교감에서 비롯됐다. 당시 LG 사령탑이던 김 감독과 넥센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은 맞대결이 있을 때면 차 한잔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트레이드로 대화를 확장할 수 있었다. 당시 LG는 ‘포수난’에 빠져있고, 넥센은 내야 보강이 필요한 상태였다.

또 최근 KIA는 안치홍의 군 입대 공백 이후 헐거워진 내야진 탓에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서동욱이라면 백업 내야수로는 쓸 수 있다는 게 KIA의 계산일 수 있다. 서동욱은 김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함께 했던 선수이기도 하다. 카드를 쥐고 있던 염 감독이 김 감독과 먼저 소통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서동욱은 프로 통산 11시즌 동안 568경기에 나와 타율 2할3푼4리, 24홈런, 11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넥센에서는 1군 성적이 없다. 지난해에는 55경기에 나와 타율 2할3푼3리(103타수 24안타)에 3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KIA로는 2005년 이후 11년만의 복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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