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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프로기사회 탈퇴…한국바둑 혼돈 일파만파

이세돌 사진|사이버오로

‘쎈돌’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회 탈퇴를 선언해 파문이 예상된다.

이9단은 지난 17일 프로기사회(이하 ‘기사회’)에 탈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9단의 친형 이상훈 9단도 함께 탈퇴서를 냈다.

기사회는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기구나 기관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프로기사들의 친목단체다. 그러나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한국기원이 실제적으로 기사회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는 점에서 이9단의 기사회 탈퇴는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기사회 정관이 “기사회를 탈퇴한 기사는 한국기원이 주관·주최 또는 관여하는 대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회는 명목상으론 친목단체이지만 기사회장이 당연직으로 한국기원 이사가 되고, 그동안 기사회의 낙점을 받은 프로기사가 한국기원 안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을 맡아 왔다는 점에서 한국바둑을 움직이는 실질적 조직으로 자리해 왔다.

이는 한국바둑의 경우 아마추어가 활성화돼 프로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라 고 조남철 선생을 꼭짓점으로 하는 프로기사들이 한국바둑의 보급과 활성화를 이끌면서 생겨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겉보기에는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한국바둑의 두 기둥처럼 인식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바둑을 움직여 온 것은 기사회다. 이 때문에 기사회는 자신들의 정관에 “한국기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고, 한국기원도 이를 그대로 수용해 왔다. 한국기원 이사진에는 다수의 프로기사가 포진해 있다.

따라서 현 정관대로라면 기사회 측은 틸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의 대회 참여를 금하도록 한국기원에 요구할 것이고, 한국기원은 이를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한껏 달아오른 국내 바둑붐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자칫 이세돌 9단과 기사회, 나아가 한국기원까지 바둑팬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세돌 9단의 기사회 탈되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이9단은 자신의 수입 중 3~5%를 내는 기사회비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제기해 왔다. 같은 회원이라면 같거나 비슷한 회비를 내야지, 해마다 수천만원을 내는 자신처럼 고소득자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쳐온 것. 그러면서 “정작 기사회가 성적 상위자에게 해주는 일은 없다”는 불만을 자신의 저서 <판을 엎어라>에서도 드러냈다.

이9단은 자신의 탈퇴를 빌미로 기사회 측이 대회 출전 등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률적 조언을 이미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회의 정관이 개인의 단체활동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는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적 판단까지 검토한 만큼 이9단이 탈퇴를 철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기사회와 한국기원의 대응에 따라 볼똥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기사회 측은 이9단의 탈퇴를 인정할 경우 성적 상위자들의 탈퇴가 잇따르고, 이는 곧 기사회 붕괴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울러 이는 다시 한국기원 외 또 다른 바둑단체 탄생의 단초가 될 수 있어 한국바둑 전체가 큰 혼돈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개미구멍 때문에 거대한 둑이 무너지듯이 70돌을 맞은 한국바둑 역사가 한 사람의 기사회 탈퇴로 와르르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양건 기사회장은 “문제가 있다면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데,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며 “19일 대의원 회의에 이어 임시 기사총회를 열어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대처방안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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