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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지상파 예능의 반란 ‘겨드랑이 털붙이는 여자 아나운서 보셨나요?’ [인터뷰]

아나운서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 하는 활약은 이제 대단한 일이 아니다. 방송인의 기본인 발성이나 발음, 전달력을 갖고 있으면서 차분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예능에서 끼를 발휘할 때 나오는 반전 매력은 이미 여러 아나운서가 그 성공사례를 보여줬고 지금도 그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질문을 해본다. 과연 미모의 세 여성 아나운서가 여신 복장을 입고 천연덕스럽게 상황극을 펼친다면? 그리고 상황극에서 코피를 그리거나 겨드랑이에 인조털을 붙인다면? 우리는 이렇게 ‘아나운서’를 놔버린 사람들을 본적이 있는가.

OBS 신미정(왼쪽부터)-최지해-조은유 아나운서가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경인TV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경기, 인천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OBS 경인TV(이하 OBS)는 지난달 25일 봄 개편을 통해 <앱들의 전쟁, 앱신>(이하 앱신)을 편성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방송 최초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검증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3800만명에 육박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제대로 앱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시피 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앱신>은 다분히 예능적인 설정을 프로그램에 끼얹었다. 여신 세 명이 앱을 검증한다는 콘셉트를 고안한 것이다.

“제작진 중에서 예전 tvN의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를 만드신 분이 계세요. 처음 질문이 그거였어요. ‘어디까지 할 수 있으세요?’라고요. 처음엔 무슨 말씀인지 몰랐어요.”(신미정 아나운서)

OBS 조은유(왼쪽부터)-신미정-최지해 아나운서가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경인TV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제작진은 OBS 소속 아나운서 중 최지해, 조은유, 신미정 아나운서를 콕 집어 섭외했다. 이들의 생각은 처음엔 그 정도였다. ‘아, 지금까지 했던 많은 교양 프로그램보다는 조금 더 밝고 경쾌한 톤으로 이야기를 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은 제작진 앞에서 무너졌다. 제작진은 아나운서 예능의 최대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OBS의 점잖은 사풍으로 보자면 허용치를 더 넘어가는 일일 수도 있다.

세 명의 대답은 달랐다. 맏언니인 최지해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분장도 하겠다”라고 준비된 답변을 했고, 신중한 성격의 조은유 아나운서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못 할 거 같다”고 반대했다. 막내 신미정 아나운서는 “예능을 갈망했기에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나섰다.

OBS 스마트폰 앱 검증 프로그램 ‘앱들의 전쟁, 앱신’의 신미정(왼쪽부터), 최지해, 조은유 아나운서. 사진 OBS

“지역지상파의 오래된 모습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만 모였던 것 같아요. 아나운서들도 진짜 예능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전형적인 아나운서의 모습을 벗어나고 싶었고 제작진 역시도 지역지상파는 점잖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사람만 모인 거죠. 처음에는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1회가 나가고 나서 저희 셋이 오히려 더욱 강한 설정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조은유 아나운서)

<앱신>은 그리스의 여신을 패러디한 ‘앞보다 뒤태(아프로디테)’ 최지해 아나운서, ‘깨라(헤라)’ 조은유 아나운서, ‘아티나(아테나)’ 신미정 아나운서가 등장해 상황극을 펼치다가 앱의 전문가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이야기 주제가 관련된 앱에 나온다 싶으면 앱을 소개하면서 직접 시연한다. 소개팅 앱이 나오면 실제 소개팅에 나가보기도 하고, 노래방 앱이 나오면 직접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른다. 제작진은 직접 아나운서들의 소개팅 자리에 카메라를 들고 따르고, 직장인 앱이 나올 때는 직장에서의 리얼한 반응을 위해 아나운서들에게 몰래카메라도 시도한다.

OBS 앱 검증 프로그램 ‘앱들의 전쟁, 앱신’ 1회 방송장면. 사진 OBS

이들이 이렇게까지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지금 지역지상파가 처한 복잡한 상황과 크게 무관하지 않다. 지금 방송가는 지상파의 패권이 사라진지 오래다. 채널은 지상파를 제외하고도 케이블채널, 각종 위성채널 그리고 종합편성채널까지 포함돼 정글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됐다. 갈수록 지역지상파가 시청자들과 다가설 수 있는 폭은 좁아지는 셈이다. 원래부터 거대 방송사에 비해서는 많은 제작비를 쓸 수 없는 지역지상파의 생존전략은 다른 정서, 다른 접근, 틈새시장의 공략인 셈이다. 거기다 시청자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데에는 예능만큼의 형식이 없다. 벌써 <앱신>에는 방송이 3회 됐을 뿐이지만 그 어떤 OBS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과는 다른 열기가 생겼다.

“변화가 필요했어요. OBS도 저희도. 시기적으로 개편을 해도 똑같은 프로그램에 똑같은 형식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모두의 기대가 커요. 우리가 이래도 될까 고민을 안 했던 것은 아니에요. 사실 아나운서가 대본대로 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 스스로의 목소리로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거든요. 저희를 통해서 좀 더 OBS 채널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방송사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최지해 아나운서)

OBS 최지해(왼쪽부터)-신미정-조은유 아나운서가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경인TV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그런 의미에서 세 명의 아나운서가 뽑힌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지해 아나운서는 2004년 KBS 20기 공채탤런트로 지현우, 정경호, 양주호 등과 동기다. 2009년 SBS CNBC 앵커를 거쳐 2010년 OBS에 입사했다. 2012년 나란히 OBS에 입사한 조은유 아나운서와 신미정 아나운서의 끼도 만만치 않다. 조은유 아나운서는 MBC 음악 프로그램 <음악캠프> 10위권에 진입할 만큼의 인기가 있던 솔로가수 출신이고, 신미정 아나운서는 모델 활동을 했다. 얼마 전 가수 겸 작곡가 심현보와 결혼해 신혼을 만끽하고 있기도 하다.

“앱이 정말 궁금해서 프로그램을 보는 분들은 아직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단 재미있어야죠. 아나운서의 채신도 중요하겠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할 필요도 있어요. 정체성을 논의하는 것은 조금은 고루하죠. 정보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즐겁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신미정 아나운서)

OBS 조은유(왼쪽부터)-최지해-신미정 아나운서가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경인TV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아직은 시작이지만 많은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앱신>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고요. 저희의 모습을 보시게 되면 정보도 재미도 있어 다시 이전 방송분들 찾아보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겠습니다.”(조은유 아나운서)

지역지상파의 파격적이고도 야심찬 도전 OBS <앱들의 전쟁, 앱신>은 매주 일요일 오후 10시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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