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는 대폭발 직전의 활화산.’
글로벌 시장에서 e스포츠의 인기와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날로 확산되는 저변에 힘입어 유럽과 북미에서 전통적인 프로스포츠를 이끄는 자본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ESPN> <뉴욕타임스> <BBC> 등 주류 미디어들도 특집기사를 잇따라 내는 등 ‘e스포츠의 주류 스포츠화’를 점치는 목소리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맨유까지 e스포츠 눈독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EPL)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e스포츠팀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보도는 e스포츠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맨유는 <FIFA온라인>과 <오버워치> 팀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 세계 프로 스포츠클럽 가치평가에서 1~2위를 다투는 맨유가 e스포츠팀 운영을 준비한다는 사실만으로 빅뉴스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맨유의 사례가 e스포츠에서 더 이상 특별한 일은 아니다. 맨유에 앞서 이달 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발렌시아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FIFA온라인> 팀 창단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e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살케04는 <LoL> 종목 ‘엘리먼츠’팀의 시드권을 인수한 뒤 새롭게 팀을 만들어 유럽 ‘LoL리그’에 참가 중이다. 또 EPL의 웨스트햄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도 e스포츠 선수를 영입, 팀 로고를 달고 e스포츠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유럽에서 축구단이 나서고 있다면, 북미에서는 NBA가 적극적이다.
새크라멘토 킹스가 2015년 <LoL> 팀 ‘NRG’를 창단해 이창석(전 진에어)과 정언영(전 SKT) 등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고, LA 레이커스에서 3번이나 NBA를 제패한 스타 릭 폭스는 ‘에코 폭스’라는 <LoL> 팀을 만들었다. 또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e스포츠 갬블링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밖에 브라질의 명문 축구클럽인 산토스는 <LoL> <배틀필드> <CSGO>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팀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왜 e스포츠인가?
전통의 스포츠클럽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먼저 기존 팀 운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축구의 경우 25세 이하 팬층의 규모가 날로 감소하고 있는 것에 대한 고민과 관련이 깊다는 게 e스포츠계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젊은 층 사이에서 급성장 중인 e스포츠를 활용해 팬들의 ‘로열티’를 옮겨 가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김종성 한국e스포츠협회 홍보팀장은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축구클럽에 <FIFA 온라인> 팀 운영을 장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유럽 축구계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의 스포츠클럽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는 e스포츠 자체의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올해 초 “글로벌 e스포츠 시청률이 슈퍼볼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고의 경제 전문지에 의해 e스포츠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슈퍼볼’의 경쟁자로 지목된 셈이다. 또 ESPN이 올해 초 e스포츠 섹션을 오픈한 것을 비롯해 <CNN> <뉴욕타임스> <BBC> 등 유수의 미디어들도 e스포츠 산업의 현황과 가능성을 짚는 보도를 내기도 했다.
이밖에 아마존이 e스포츠·게이밍 채널 ‘트위치’를 10억 달러에 인수하고, 페이스북 등이 관련 플랫폼을 내놓는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e스포츠 참여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이 2019년까지 연평균 40.7%의 성장률을 기록, 10억7200만달러(약 1조2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종성 팀장은 “러시아 정부가 17일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등록하기로 하는 등 e스포츠의 잠재력을 기존 프로 스포츠계 시장이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며 “프로스포츠 구단의 체계, 인프라 등이 접목되면 e스포츠 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에 획기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