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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걸으면 더 밀려” 영국도 에스컬레이터 두줄서기로

지난 1월 런던 시민들이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리에터를 이용해 오르내리고 있다. 에스컬리에터에서 한줄 걸어가기는 영국이 가진 오랜 전통이라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게티이미지

‘에스컬레이터 한줄걷기’를 오랫동안 고수해온 런던 지하철도 ‘두줄 서기’로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런던 지하철 홀본(Holborn)역이 ‘두줄서기’ 실험을 1차로 지난해 3주간 실시한데 이어 2차로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시행 중이며, 혼잡 개선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고 런던 지하철 당국이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1906년에 문을 연 홀본역은 런던 지하철에서 가장 붐비는 역 중 하나로, 대영박물관과 런던정경대(LSE) 및 블룸스버리 광장 등 주요 시설과 가까운데다 피카딜리역 및 센트럴역을 가기 위해서 환승해야하는 곳이어서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이용한다. 연간 이용객이 5600만 명에 달하는 이 역은 에스컬리이터 길이가 23.4미터로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20.2미터)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지하철 중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6호선 버티고개역으로 길이는 43.1미터다.

런던 지하철 당국은 ‘한줄 서고 한줄 걷기’가 출퇴근시간 등 이른바 ‘러시아워’에 지하철 혼잡도를 높인다고 보고, 두줄 모두 서서 올라가도록 조치한 후 혼잡도와 승객 수송량 변화를 확인했다. 지난해 3주간 실험 결과 평상시 시간당 1만2745명을 수송하던 홀본역 에스컬레이터는 1만6220명을 수송해 약 30% 정도 효율성 향상을 보였다.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담당자 중 한 명인 레이셔는 “4월부터 시작된 2차 실험에서도 효과가 있다”며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지하철 운영과장인 맥너트는 “두줄서기 조치가 홀본역의 혼잡을 완화해, 모든 승객들이 더욱 편리한 지하철 이용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런던 지하철 당국은 그간 보고된 결과를 토대로 “길이 18미터가 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대부분 (걸어가기 위한) 왼쪽 줄이 비어있어 혼잡을 유발한다”고 결론지었다. 에스컬레이터 두줄 서서가기를 전 런던 지하철로 확대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런던 지하철의 이번 실험은, 한줄 서고 한줄 걷기가 태동한 곳이어서 의미와 파장이 더욱 크다. 런던 지하철은 물론, 캐나다나 호주 등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국가들일수록 에스컬레이터 한줄 걷기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런던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현행 한줄 걷기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급한 사람들에게는 한줄 걷기가 도움이 된다”거나 “그저 서있는 것보다는 걸어가는 것이 심적으로 더 낫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용객 숫자만을 본다면 절대 다수가 걷지 않고 서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함이 이번 연구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한국에서도 에스컬레이터 한줄 걷기와 두줄 서기 논쟁은 계속되어왔다. 전통적으로 두줄서기로 운영되던 한국에서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한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캠페인을 진행해 한줄걷기가 도입됐다. 이후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2007년부터는 서울지하철을 중심으로 두줄서기로 캠페인이 진행돼왔다. 2010년부터 4년간 통계만 봐도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8명이 숨지고 546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이 중 넘어지는 사고가 78%에 달해 ‘한줄걷기가 안전을 위협한다’고 본 것이다. 이후 찬성론과 반대론이 부딪히는 상황이 계속되자 2015년 ‘두줄서기’ 캠페인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그러나 국민안전처와 승강기안전관리원 등은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말고 바른 자세로 서서 이용합시다”라는 캠페인을 지속해, 사실상 한줄걷기를 하지 않도록 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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