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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실력으로 논란 잠재운 ‘오버워치’ 게구리 “키보드 선도 연결 못하는데 어떻게 핵을 씁니까?”

게구리 선수가 플레이하는 오버워치 캐릭터 ‘자리야’ 사진|오버워치 공식 홈페이지

“캐릭터 ‘자리야’ 선택한 이유는 예쁘고 강해서
핵 논란됐을때 적극 대처해준 팀장님께 감사
여성게이머에 대한 인식변해 많은 선수들 나왔으면”

“눈으로 봤지만 믿을 수 없다”

블리자드의 인기게임 <오버워치> 핵(부정 프로그램) 사용 의혹에 맞서 인벤 방송국에서 공개한 영상을 본 유저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게구리(오버워치 닉네임)’ 김세연(17·여고생)은 개인 플레이 영상에서 ‘27킬 0데스’라는 경이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는 개인 플레이 뿐만 아니라 팀원들 간의 협동 플레이 또한 수준급의 실력임을 증명했다. ‘에너지 광선’을 사용하며 매우 안정적인 타겟팅으로 움직이는 적을 추적하는가 하면, 팀원의 위치를 매우 빠른 속도로 파악하며 게임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후 개인 플레이 영상을 모니터링하는 장면에서 ‘게구리’는 “원래 쓰던 마우스가 아니었기 때문에 본래 실력을 전부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까지 표현했다.

게구리 선수 팬아트 사진|게구리 선수 트위터

앞서 <오버워치>의 한 유저는 지난 18일 진행된 오버워치 넥서스컵 한국 예선에서 프로 지망팀 ‘UW 아티잔’(이하 아티잔) 소속의 ‘게구리’ 김세연의 핵(부정 프로그램) 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믿을 수 없는 정확한 플레이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내가 그렇게 잘한다는 얘기인가 하는 생각에)내심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구설수를 넘어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인벤 방송에 직접 출연, 실제 플레이 장면을 보여주며 논란을 종식시켰다. 특히 해명을 위한 플레이 영상에서도 ‘27킬 0데스’를 기록하며 전보다 더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그는 “키보드 선도 제대로 못 꽂는 컴맹인데, 블리자드에 걸리지 않는 부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쓰는 여고생으로 낙인 찍히자 할 말을 잃었다”며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너무 잘하는 게 문제가 될 지 몰랐고, 무엇보다 일부 유저들의 인격모독 발언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여성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앞으로 많은 여성 프로게이머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 그는 역시 꿈많고 발랄한 17살 여고생이었다.

스포츠경향은 박시훈 아티잔 팀장의 도움으로 ‘게구리’ 김세연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버워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인 아저씨 추천으로 시네마틱을 봤어요. 캐릭터 영상을 봤는데 정말 맘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출시일까지 계속 기다렸어요. 지인 아저씨 아니었으면 플레이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이전에 어떤 게임을 즐겼나.

“정말 많은 게임을 했어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다 했거든요. <메이플스토리>부터 시작해서 <겟앰프드> <버블파이터> <던전앤파이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웬만한 게임은 다 해본 것 같아요. 오락실 게임도 좋아해요.”

게구리 선수 팬아트 사진|게구리 선수 트위터

-‘자리야’(<오버워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한 이유는.

“예쁘고 강하기까지 하잖아요. 거기다가 방벽(‘자리야’가 사용하는 기술 중 하나)으로 정크랫(캐릭터 이름)의 궁극기라든지 트레이서(캐릭터 이름)의 펄스부착(매우 큰 대미지를 주는 광범위 공격 기술)으로부터 아군을 구해줬을 때 느끼는 쾌감이 참 좋습니다. 너무 변태 같나?”

-‘자리야’ 이외에 플레이하는 캐릭터가 있나.

자리야 이외에는 로드호그, 윈스턴, 디바 탱커위주로 이것저것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가끔 삐치면 솔져나 트레이서로 플레이 하면서 난동을 피웁니다.

-아티잔에 입단하게 된 계기는.

“사실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은 1%도 없었어요. 그냥 새벽에 공방에서 플레이하다 아티잔팀을 만났는데 다들 너무 잘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친구추가를 요청했는데 받아 주시더라고요. 그룹을 맺어서 같이 하다보니 입단 제의가 왔는데 팀에 장지수 언니(Akaros)가 있다기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습니다. 팬 이었거든요. 이 정도면 완전 성공한 팬 아닙니까?”

-팀에 입단 후 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어떤 게 있나.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게임할 때 든든한 팀원이 항상 같이 있어주는 것이겠죠? 그리고 실력도 많이 올라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많이 연습할게요.”

-하루에 몇 시간이나 게임을 하나.

“사실 아티잔에 합류하기 전에도 게임폐인이라서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했어요. 약 7시간 했네요. 그리고 합류 이후 지금은 컴퓨터 앞에 11시간은 앉아있는 것 같아요 ㅎㅎ. 물론 중간에 트위터를 하거나 농땡이도 많이 부립니다.”

-게임 플레이를 하면서 핵(불법프로그램) 사용 의심 유저를 만난 적이 있나.

“아니오. 딱히 핵 사용 의심유저를 만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오버워치>가 킬캠(자신이 적에게 죽는 순간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 게임이라 금방 들킬건데 그렇게까지 핵을 써서 누군가를 이기고 싶어하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처음 논란 사실을 알았을 때 심경이 어땠나.

“처음에 ‘핵이다’라고 들었을 때는 내심 기분이 좋았어요. 진짜 장난인 줄 알았고요. 오히려 신기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분위기가 심각해지더니 공론화되고 사건이 터졌죠.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키보드선도 못 꽂는 컴맹인데…. 커뮤니티에서 블리자드에 걸리지 않는 핵을 개발하고 쓰고 있는 여고생이 되어버렸을 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곁에서 지지해준 사람들은 누가 있었나.

“무엇보다 팀장님(Lime)한테 제일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진짜 대처를 잘해주셨어요. 제가 아무 것도 못 하고 두려워 할 때 가장 앞장서서 저나 팀원들이 처리하지 못했을 일들을 여러 군데 알아봐주시고 처리해 주신 분입니다.”

게구리 선수 팬아트 사진|게구리 선수 트위터

-논란이 일었을 때 팀원들은 어땠나.

“같은 팀원인 아티잔과 UW Quix분들, 지방에 사시는 분도 계신데, 제가 너무나 걱정이 된다며 인벤에서 해명방송 녹화하는 스튜디오에 총출동 하셨더라고요. 마치 자신의 일 처럼 화내주셨고 위로도 해주셨습니다. 정말 가족같은 느낌을 주는 최고의 팀원들이에요.”

-인벤 방송 이후 논란을 제기한 사람에게 따로 사과를 받은 적이 있나.

“게임 채팅으로 사과를 하시는 분들이나 메일로 보내신 분들도 있는데 받아 주지 않았어요. 사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절 찾아 온다는 것도 많이 무섭고 두려워요. 그리고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것 같지 않아요.”

-일부 유저들은 도가 지나친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생각해본 적 있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논란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굉장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심적으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해명 방송을 하고 난 뒤에는 후련했는데 갑자기 기사가 나더라고요. ‘핵이 아니었으니 이제 끝났구나’하고 조용해 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기사가 쏟아지고 많은 팬 분들이 생겼어요. 좀 당황스러워요. 이런 관심은 처음이라 부담스럽긴 해요.”

-여성 유저임을 밝혔을 때 이전과 다르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적이 있나.

“네! 일단 ‘거짓말하지마, 여자는 저렇게 게임 못 함’은 1만 번 정도 들어 본 것 같아요. ‘진짜여자임?’ ‘여자치곤 진짜 잘하네요’라든지. 부당한 대우는 받지 않았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찍히긴 했어요. 여자인척 하는 아저씨라든지.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성별이 밝혀지는 것이 두렵거나 꺼려지지는 않았나.

“솔직히 말해서 여성 게이머들이 좀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 건 맞아요.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같은 사람이잖아요? 성별이 뭐가 중요한건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오버워치> 프로게이머 지망자 중 여성은 얼마나 되나.

“현재 제가 아는 여성선수는 장지수 언니 밖에 없습니다. 연락은 당연히 하죠. 여성선수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오버워치>를 잘 할 수 있는 팁을 준다면. (이것만 따라하면 나도 팟지 받는다!)

“매우 애매한 질문이네요! ‘자리야’ 팁을 준다면 머리말고 정확히 배에 조준해서 레이저를 쏘시면서 캐릭터 이동하는 방향에 따라 쏘시면 됩니다. 배를 향해 쏴야지 잘 맞아요. 이동 경로도 파악하기 쉽고 방벽 타이밍은 라인하르트 열파참이나 날아오는 적군 공격 투사체를 보고 쏘시면 됩니다.”

-앞으로 <오버워치> 선수로 이루고 싶은 꿈이나 계획은.

“역시 프로 데뷔겠죠? 많은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대회에 참여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야가 저렇게 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시면서 자리야를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논란을 종식시킨 ‘게구리’김세연의 실력은 아래 개인 플레이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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