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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변방 아이슬란드의 동화같은 기적

화산과 눈, 얼음으로 유명했던 북유럽의 작은 섬나라가 축구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사상 첫 유로 본선에 진출한 아이슬란드가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물리치고 8강에 올랐다. 불과 4년 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1위였던 축구 변방 아이슬란드가 써나가는 기적의 드라마에 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8일 프랑스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6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선제골을 내주고도 2-1로 역전하며 8강에 진출했다. 유로 본선에 처음 출전한 아이슬란드는 8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인구 33만명의 아이슬란드는 유로 사상 최소 국가 8강행이라는 이색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슬란드는 다음달 4일 8강에서 주최국 프랑스와 맞대결한다.

사진 | Getty Images이매진스

아이슬란드는 전반 4분 만에 페널티킥골을 내줬으나 2분 뒤 라그나르 시구르드손이 오른발 발리슛으로 동점골을 기록했다. 전반 18분에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잉글랜드 수비를 교란한 뒤 콜베인 시그도르손이 오른발 슈팅으로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역전에 성공한 아이슬란드는 단단히 수비를 한 뒤 빠른 역습으로 나서는 실리 축구를 펼친 끝에 ‘대어’를 잡았다.

아이슬란드는 점유율에서 잉글랜드에 32-68, 슈팅수에서는 8-18로 절대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효슈팅수에서는 5-4로 앞서는 등 효율적인 축구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만들어냈다.

아이슬란드가 유로 지역 예선에서 네덜란드를 따돌리고 본선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이 정도의 성적을 내리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여름 평균 기온이 10도에 불과한 겨울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1년에 축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4개월에 불과하다. 정식 프로리그가 없고 세미 프로리그가 운영되고 있다.해외 진출 선수를 포함해 정식 프로 선수라고 할 만한 선수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1967년에는 덴마크에 2-14로 기록적인 패배를 당했던 이슬란드는 2000년대 들어 실내 축구장을 만들고 유소년 선수를 키우면서 저변을 키웠다. 축구장이 많아지자 유소년 축구에 붐이 일었다. 최고 스타 길비 시귀르드손을 포함한 대표팀 선수 중 4명이 당시 창단한 같은 클럽 출신이다. 지도자 수요도 커졌다. 아이슬란드에선 전체인구 500명 중 1명꼴로 유럽축구연맹(UEFA) 공인 지도자 자격을 갖고 있다.

아이슬란드 대표팀 공동 사령탑인 헤이미르 하들그림손은 UEFA 프로 라이선스를 딴 최초의 아이슬란드 감독이다. 대표팀에선 감독이지만 평소엔 치과의사다. “대표팀 감독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안 될 것도 없지 않나.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던 그는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이날 수도 레이캬비크 시내 곳곳을 폐쇄하고 거리 응원전을 펼쳤다. 시내 합동응원구역 EM 스퀘어에 모인 사람들만 최소 1만 명이 넘었다. 앞선 포르투갈과의 조별예선에는 국민의 10%인 3만 여명이 경기장에서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TV 시청률도 엄청나다. 현지 언론 몰긴 퍼핀은 “16강 진출을 확정한 조별리그 오스트리아전 TV 시청 점유율은 99.8%, 시청률은 68.5%를 기록했다”라면서 “잉글랜드전 시청률은 더욱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아이슬란드에 패배한 영국은 큰 후폭풍에 휩싸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경기 뒤 트위터에 “유럽에서 다시 한 번 탈퇴한 셈”이라며 ‘축구판 브렉시트’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2012년부터 잉글랜드를 이끌어온 로이 호지슨 감독은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이탈리아는 지난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스페인을 2-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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