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숨소리도 그대로” 두산의 과속 마라톤

‘양강’이란 이름을 걸고 맞붙는 첫 3연전. 이태일 NC 다이노스 사장은 지난 2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우리팀 승률이 6할4푼이다. 우리는 잘 하고 있다. 두산이 더 잘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예년 같으면 NC는 충분히 선두 자리에 올라있을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선두 두산에 따라붙는 게 여간 버겁지 않다. 작정하고 시속 200㎞를 넘겨 가속 페달을 밟으면, 두산은 시속 250㎞로 달아나는 느낌이다.

두산은 NC와 주중 3연전 첫 판을 잡으며 시즌 50승(1무21패) 고지를 밟았다. 이는 68경기만에 50승 고지를 밟은 1982년의 OB, 70경기만에 50승을 달린 2008년의 SK에 이어 3번째로 빠른 속도를 보였다.

두산은 또 72경기만에 50승을 기록하며 팀당 144경기 체제에서 산술적 기대치를 시즌 100승에 맞췄다. 100승이 아니더라도 2000년 현대가 남긴 한 시즌 최다승(91승) 기록도 무난히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의 두산의 기세는 무섭다. 7월의 문턱을 앞두고도 좀처럼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두산은 6월 들어 승률 0.652(15승8패)를 기록하고 있다. 4월 0.739(17승1무6패), 5월 0.720(18승7패)의 승률보다 약간 떨어졌지만, 6월 들어서도 선두 팀으로서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6월 15연승을 하며 월간 승률 0.750(15승1무5패)으로 1위에 올라있는 NC가 쾌속 질주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빛났을 뿐이다.

두산이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도 크게 처지지 않는 성적을 내는 것은 시기별 ‘투타 밸런스’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4월만 해도 팀 평균자책(3.21)과 장타율·출루율의 합인 OPS(0.805)에서 모두 1위를 했다. 선두 질주는 당연했다.

5월에는 약간 변화가 생겼다. 월간 평균자책이 5.28로 떨어졌다. 전체 4위로 리그 중간 수준이었다. 그러나 5월에 마운드가 주춤하자 공격력이 불을 뿜었다. 월간 팀 OPS를 0.939까지 올렸다. 마운드의 허점을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만회한 것이다.

6월에는 투수들이 힘을 냈다. 팀 OPS가 0.798로 떨어졌다. 월간 순위로는 4위로, 평범해졌다. 그 사이 투수들이 회복했다. 월간 평균자책 3.6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떤 강팀이라도 한 시즌 내내 달리기는 어렵다. 처지는 기간을 가급적 짧게 가져가서 전체 성적에 주는 영향을 줄일 뿐이다. 두산은 2014년만 해도 5월까지 승률 0.583(28승20패)로 무난한 레이스를 하다가 6월 들어 승률 0.250(5승15패)로 처참하게 무너진 적이 있다. 마운드가 힘겨워 하는 사이 공격력도 동반 하락한 탓이었다.

올 시즌은 공·수 밸런스가 척척 들어가맞고 있다. 무섭게 질주했는데도 지치지 않는 이유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