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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쏠때는 힘든걸 모르겠어요”…다시 사대로 돌아온 정미라

“참 희한하게도 총 쏠 때는 힘든걸 모르겠어요.”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정미라(서산시청)지만, 사격 얘기만 하면 눈에 생기가 돈다.

정미라. 대한사격연맹 제공

정미라는 7일 청주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16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3일차 여자 50m 소총 3자세에서 결선에 올랐지만 8위에 그쳐 가장 먼저 탈락했다.

정미라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 복사에서 은메달을 땄다. 줄곧 1위를 달리다 마지막 발에서 아쉽게 역전을 당해 금메달을 놓쳤다. 하지만 당시 정미라를 탓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정미라는 2012년 11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미라는 “의사선생님이 계속 약을 먹으면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요즘은 약을 조금씩 끊고 있는 단계다. 그래서 참 힘들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정미라는 내년까지 치료를 받고 이상이 없으면 완치판정을 받게 된다.

암 치료도 힘들지만, 아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그보다 더 정미라를 힘들게 한다. 같은 공기소총 선수인 추병길(화성시청)과 2013년 7월 결혼한 정미라는 지난해 8월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아들을 보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정미라는 “대회가 열리면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되기 때문에 아들 얼굴을 잘 보지 못할 때가 많다”며 “대회 때는 할 수 없이 친정 어머님께 아들을 맡겨놓고 경기에 나가는데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미라는 한국 여자 50m 소총 3자세의 간판이다. 올해 초 열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당연히 선발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컨디션 난조 속에 정미라는 쿼터를 따지 못했고, 결국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사실 최악의 컨디션에 좋은 경기력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암 치료와 함께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한 상황에서 선발전에 출전을 하다보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완벽하게 몸을 회복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도 되지만. 정미라가 이처럼 빨리 사대로 돌아온 이유는 사격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미라는 “남편도 처음에는 말렸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는 해보라고 응원을 해줬다. 요즘도 대회에 나가면 무리하지 말고 대충 쏘라고 걱정을 많이 해준다”며 “희안하게도 나는 대회 전까지 힘들어도 막상 총을 쏘면 힘들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올림픽 티켓을 놓쳤지만, 정미라는 이후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미라는 “이번 올림픽은 못 나가지만, 아시안게임과 도쿄 올림픽도 있으니 그 때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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