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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최저임금 인상요구 알바노조 세종대왕 동상 점거 시위 ‘입장문’···“우리는 개·돼지, 임금은 사료”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위에 올라가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이 늦어져 사실상 결정 마감 시한인 이달 16일이 임박했음에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항의하는 뜻에서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3명은 “대통령님, 개·돼지들이라서 최저임금 만원은 아깝습니까”라는 현수막을 들고 세종대왕상 위에 올라 30분가량 시위를 벌였다. 다른 조합원 2명은 동상 아래에서 시위에 동참했다.

12일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이날 경찰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알바노조원 5명을 연행했다.

알바노조는 시위 후 성명과 입장문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우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최저임금과 국가의 목적일까”라는 의문을 품었다며 “얼마 전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를 교육시켜 기업에 노동력으로 제공하는 교육부가 우리를 개, 돼지라고 했다”며 “최저임금은 싸구려 사료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그러니 최저임금만원이 아까울 만도 하다”며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인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던 대통령이 미국의 전략적 무기를 생존권이라 말합니다”라고 청와대를 꼬집었다.

다음은 입장문과 성명 전문

박정훈 위원장 입장문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왜 항상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한 생계비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결정할까?

왜 국가는 국민들의 가치를 값싸게 매기려고 할까?

우리를 저렴한 가격으로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최저임금과 국가의 목적일까?

얼마 전 의문이 풀렸습니다.

우리를 교육시켜 기업에 노동력으로 제공하는 교육부가 우리를 개, 돼지라고 했습니다.

최저임금은 싸구려 사료인 것입니다.

그러니 최저임금만원이 아까울 만도 합니다.

대통령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면서 국민의 생존권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인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던 대통령이 미국의 전략적 무기를 생존권이라 말합니다. 최저임금1만원은 도입하지 않으면서 사드배치는 전격적으로 도입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와 알바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을 임명해놓고 최저임금에 대해 입을 닫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자 합니다.

“대통령님, 우리가 개, 돼지라서 최저임금 만원이 아깝습니까?”

2016.7.12.

알바노조 위원장 박정훈

[알바노조 성명] 우리는 왜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갔는가?

오늘(12일) 알바노조는 세종대왕 동상 기단에 올라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저임금1만원을 요구했습니다.

기단에 올라가기 전에 우리는 세종대왕의 삶과 뜻을 돌이켜 봤습니다. 그의 통치는 오로지 만백성의 삶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모두가 함께 쓸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 지식 향유와 전달의 기회를 민중들에게 나누었습니다. 합리적으로 토지를 개혁하고 세법을 개정해서 없는 사람들이 부당한 세금을 내는 일이 없도록 했습니다. 관에서 일하는 여자 노비의 출산휴가를 일주일에서 석 달로 늘렸고 남편에게도 출산휴가를 줬습니다. 세종대왕은 조선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적어도 생계에 부족함 없이 존중받으며 살아가기를 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알바노동자들은 그의 동상에 올라 현재의 통치자가 그의 정신을 계승할 것을 촉구하고자 했습니다. 생계를 꾸리는데 턱없이 모자란 현재의 최저임금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저임금을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결단해야 당신이 임명한 공익위원들이 결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기단을 밟으면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의는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103만원으로 한 달을 살 수 있다는, 현 최저임금이 생계비로는 부족하지만 최저임금으로는 낮은 것이 아니라는 경총과 전경련의 입장은 국민들을 존중하고 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오로지 미국의 전략적 이득뿐인 사드 배치를 국민들의 생존권 때문에 결단했다 말하면서 정작 천만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최저임금 문제에는 한마디 없습니다. 과연 대통령은 우리의 삶을 존중하고 있는 겁니까?

동상 기단에 올라간 우리를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처벌하기 전에 정작 수백만의 삶을 모욕하고 ‘개돼지’취급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떠올려 주십시오. 알바노조는 동상에 머리를 조아리며 관광 명소로나 기억되게 하느니, 동상 당사자의 뜻을 이 시대에 펼칠 것을 요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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