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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전 아니지만…” KIA 최고참 김원섭의 멋진 하루

KIA 김원섭이 13일 광주 SK전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이제 내 역할은 주전이 아니지만….”

스스로도 그라운드에서 느낀 존재감이 너무 오랜만이었다. 끝내기 안타로 팀을 승리로 이끈 김원섭(38·KIA)의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다.

김원섭은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전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1·2루 끝내기 안타를 쳐내 KIA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김원섭은 이날 7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4월29일 두산전 이후 두 달 반 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개막 직후 주전 외야수로 출발했던 김원섭은 점차 선발 제외되기 시작해 4월말에는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지난 3일 1군에 복귀하기까지 두 달이 넘게 걸렸다. 신예 김호령이 뛰어난 수비력으로 중견수 자리를 꿰차고 있고 그동안 수비를 거의 소화하지 못하던 김주찬도 올시즌에는 좌익수로 꾸준히 출전하면서 김원섭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그러나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가장 결정적인 활약으로 팀의 귀중한 1승을 만들었다. 지난해 7월28일 SK전에서 정우람(현 한화)을 상대로 끝내기 3점 홈런을 때린 이후 1년 만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였다.

오랜만에 경기의 주인공이 된 김원섭은 “최근 1군에 올라온 데다 그동안 타석에 많이 나가지 못한 탓에 투수의 공이 굉장히 빨라보여 어려운 승부였다. 볼카운트도 몰려 무조건 방망이에 맞힌다는 생각뿐이었는데 행운의 안타가 됐다”며 “이제 내 역할은 주전이 아니지만 후배들이 힘들어할 때 주루와 수비로 도와주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KIA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에 대해 “9회에 베테랑들이 풀어준 경기였다”고 평했다. 김원섭에 앞서 이범호(35)가 안타로 출루하고 서동욱(32)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만든 2사 1·2루에서 김원섭이 해결을 했다. 9회초에는 임창용(40)이 무실점으로 먼저 잘 막아 승리에 기초를 놓기도 했다.

올시즌 KIA의 끝내기 안타 2개는 모두 형들의 몫이었다. 하나는 6월29일 LG전에서 이범호가, 다른 하나는 이날 김원섭이 기록했다.

KIA는 지난해부터 주요 포지션에 새로운 젊은 선수들을 배치해 ‘리빌딩’ 과정 속에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풀타임 선발 경력이 거의 없는 젊은 선수들만으로 한 시즌을 소화해내기는 불가능하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조화를 이뤄줘야 리빌딩 속 ‘성적’도 나올 수 있다. 현재 KIA는 중심타선에 이범호, 김주찬, 서동욱 등이 자리를 잡아주면서 상·하위 타선에서 김호령·이홍구·백용환·강한울·노수광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더해 5강 경쟁을 하고있다.

체력적으로 다들 조금씩 지칠 무렵, 야수 최고참 김원섭이 돌아와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주었다. 이제 주전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베테랑이 해야 할 몫은 크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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