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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관심

미소(가명)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지역아동센터에 오면서 처음 만났다. 처음에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 뒤에 숨어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수줍게 웃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미소는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하신 후 어머니는 연락이 안 되고 아버지도 더 이상 양육이 어렵다는 핑계로 할아버지에게 미소를 맡겼다. 성격이 곧은 할아버지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주위의 도움을 거절한 채 단칸방에서 월세를 내며 미소를 키웠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져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던 중 2년 전 미소의 아버지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욱 안 좋아져서 할머니 혼자서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더 이상 미소를 키울 수 없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주변의 친척들도 누구 하나 미소를 맡아 주려고 하는 분들이 없으니 보육원에라도 보내야겠다고 할아버지께서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미소가 가족과 함께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득했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미소를 어릴 때부터 돌본 할아버지 역시 아이를 양육시설에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다시 가족이 함께 지내 보자고 용기를 냈다.

미소는 어릴 때 버림을 받은 상처가 있어서 그런지 감정 기복과 편식이 무척 심하다. 먹는 것에 상당히 집착하기도 한다. 거기에 사람들의 눈치도 많이 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아프니다.

학업 성취도도 낮은 편이고, 도전의식이나 무언가에 흥미를 느끼거나 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 꿈을 꾸기보다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이를 잘 아는 우리는 미소가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아픔과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도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꾸준히 지켜보고 지지해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속 깊이 어둠이 짙게 깔려 있음을 느낀다.

미소를 통해 상처받은 아동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밝은 모습 뒤로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다. 미소를 보면서, 주위의 많은 어른들이 때때로 가족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 상처받은 미소와 같은 아이들이 상처를 잘 극복하고 자랄 수 있도록 지지자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받은 아이들은 멀리 있지 않다. 잠시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면 바로 이웃에 있을 수도 있다.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관심이 아동에게는 큰 지지가 되고, 신문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슬픈 아이들의 소식을 없애는 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미소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며, 성장하는 데 필요한 도움이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우리의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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