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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소녀’ 김해인, ‘로드FC033’서 종합격투기 데뷔 “앞차기 기대하시라”

“아…정말 영리한 선수예요. 경기 운영 면에서는 현재 국내 여자선수들 중 단연 1등일 거예요.”

로드FC 센트럴리그를 이끌고 있는 한성진 관장(38·팀크러쉬)에게 ‘태권소녀’ 김해인에 대해 묻자 쉴 틈 없이 나온 말이다.

로드 FC 김해인선수가 10일 본사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센트럴리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격투기 대회 로드FC에 출전하려는 선수들이 대부분 거치게 되는 아마추어 리그다.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이 심사를 거쳐 세미프로리그인 ‘영건스’에 진출하게 되며, 영건스 위에 로드FC가 있다.

김해인도 지난 6월 센트럴리그에서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차세대 파이터로 주목을 받고 있던 강진희(19·압구정짐).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타격가로 연승을 이어가던 그를 상대로 김해인은 3-0 판정승을 거뒀다. 첫 종합격투기 경기에서의 만장일치 승리.

당시 경기를 지켜 본 한 관장은 “(김해인은) 머리가 굉장히 좋은 선수”라며 “상대가 기분 나빠 할 정도의 여유있는 스피드까지 갖춰 경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간다. 여기에 더해진 묵직하면서도 빠른 발차기는 단연 일품”이라고 회상했다.

로드 FC 김해인선수가 10일 본사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김해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태권도에만 빠져 산 ‘태권소녀’다. 중학생이던 2005년 서울특별시 교육감기에서 웰터급 3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06년 3위, 2007년 두 차례 대회에서는 연이어 1위에 올랐다. 다음 해 열린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입상하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끝까지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그의 성공기는 고2 때 그를 맡은 한 코치의 한마디로 인해 쉼표를 찍게 됐다.

그는 “태권도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며 “‘교수들에게 건넬 뇌물’의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고 했다. 그의 말만 믿고 따라왔던 김해인은 당시 형편이 어렵던 부모님께 폐를 끼칠까 두려워 선수생활을 접었다.

로드 FC 김해인선수가 10일 본사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코치님은 결국 그렇게 돈 받다가 잡혀 갔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와 생각하면 참 아쉽죠.”

학교를 마치고 다른 일을 하며 지냈지만 김해인의 머릿속에는 수년간 해 왔던 운동에 대한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았고, 그 미련은 결국 그를 집 근처 복싱체육관에 등록하게 했다.

“어느 날 운동을 하다 TV를 보게 됐어요. 마침 로드FC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더라고요.”

김해인은 곧 체육관 관장과 상의한 뒤 종합격투기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당시 인터넷 젤 위에 올라와 있던’ 종합격투기체육관 싸비짐에 등록했다. 김해인의 자질을 알아본 싸비짐 이재선 관장은 그를 곧바로 센트럴리그에 출전시켰다.

“상대가 굉장히 강하다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경기 직전까지 정말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근데 맞아도 안 아픈 거예요. 금방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죠.”

로드 FC 김해인선수가 10일 본사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김해인은 오는 9월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샤오미 로드FC 033’ 두 번째 경기, -54㎏ 계약체중에 출전한다.

맞서게 되는 선수는 우슈 산타를 베이스로 한 중국의 ‘격투 여동생’ 린허친(23). 중국 창사에서 열린 지난 대회에서 일본의 노리 데이트(19)를 2라운드 판정승으로 꺾은 인파이팅 스타일의 타격가다.

대전료를 받으면 제일 먼저 엄마와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겠다는 김해인. 한국의 ‘태권 파이터’로서 태권도의 강함을 종합격투기에서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KO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앞차기를 기대해 주세요.”

로드 FC 김해인선수가 10일 본사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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