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기획] ‘밀정’ 감상 전 인물 분석…실존 인물 vs 배우들

‘밀정’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역사…실존 인물 그리고 배우들

김지운 감독의 새 영화 <밀정>이 7일 개봉됐다.

3·1 운동 직후 신흥무관학교 졸업생 13인이 남녀노소, 국적불문하고 오로지 대한민국 독립을 목표로 사상과 이념을 초월해 결성한 단체 의열단. 그들과 당시 스파이 ‘밀정’이 의기투합한 사건이자 의문으로 ‘황옥 경부 폭탄사건’을 모티브로 구성된 <밀정>은 개봉과 함께 실제 역사에 대한 누리꾼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황옥과 김시현, 송강호와 공유/한국학중앙연구원, 영화 <밀정> 스틸이미지

개봉 직후 <밀정>을 관람한 누리꾼은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 중 단연 최고였다” “송강호는 1920년대 사람 아니냐” “그들의 소름 돋는 연기에 다시 한 번 역사를 떠올리게 됐다” “안타까운 시대, 배우들의 열연, 주옥 같은 대사에 가슴이 뭉클했다” 등의 평을 내놨다.

<밀정> 속 배우들이 연기한 역사 속 실존 인물들. 그들의 삶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역사를 만들어 냈다.

김원봉(좌), 이병헌/문화콘텐츠닷컴, 영화 <밀정> 스틸이미지

■ 김원봉-이병헌
<밀정>에서 배우 이병헌은 정채산으로 등장했다. 정채산은 실존 인물 김원봉을 모티브로 했다. 김원봉은 의열단을 결성한 주도적 인물이면서 단장이었다. 1919년 11월 9일 대한민국을 빼앗은 일본군을 몰아내기 위해 의열단을 결성하고 무장 투쟁에 앞장선 그는 밀양 폭탄 미수사건 계획, 부산 경찰서 폭탄 투척사건, 밀양 경찰서 폭탄 투척사건, 조선총독부 투탄사건 등 국내 거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김원봉은 일본 경찰의 공포의 대상이면서 최고의 목표물이었지만, 독립군에게는 해방의 상징이자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반면 김원봉은 우리나라가 해방되는 시점까지 일본경찰에 잡히지 않고 무사히 조국으로 돌아왔지만 친일경찰 노덕술이라는 인물에 의해 엄청난 수모를 겪게되고 남한에서는 월북한 정치인, 북한에서는 장졔스의 스파이 혐의를 받으며 비운의 독립운동가로 기록됐다. 과연 이병헌은 그가 독립운동가로서 맹활약했던 그 순간을 잘 담아냈을까.

황옥(좌), 송강호/한국학중앙연구원, 영화 <밀정> 스틸이미지

■ 황옥-송강호
의문의 인물 황옥을 모티브로 한 이정출 역은 배우 송강호가 맡았다. 조선인 출신의 일본 경찰이었던 황옥. 그는 수많은 독립군들을 잡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현재의 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직위 경부 자리를 꿰찼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의 충견이라 알려졌던 황옥은 의열단원이 상해에서 제조한 폭탄을 국내로 반입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당시 또 다른 밀정(스파이)의 밀고로 폭탄을 들여오던 김시현을 비롯해 거짓 보고를 한 황옥까지 체포됐다. 이 사건이 바로 ‘황옥 경부 폭탄사건’이면서 <밀정>의 모티브가 됐다. 황옥의 알 수 없는 행동은 지금까지도 그가 위장 친일파였는지 의열단에 잠입한 스파이였는지 혹은 이중스파이였는지 의문으로 남아있다. <밀정> 속 송강호가 그려낸 황옥이라는 인물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의 존재에 대해 어떤 해답을 가져다 줄까.

김시현(좌), 공유/한국학중앙연구원, 영화 <밀정> 스틸이미지

■ 김시현-공유
극중 송강호와 대립 구도 속에서 비극의 브로맨스를 그려낼 배우 공유. 공유는 실존 인물 김시현을 모티브로 한 김우진 역을 맡았다. 일본 메이지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김시현은 의열단에 입단해 무장투쟁에 참여하게 된다. 황옥과 함께 거사를 치르려다 붙잡혀 징역 10년을 언도 받은 김시현은 이후에도 독립운동과 투옥을 반복하다 수감 도중 광복을 맞이했다. 그는 광복 이후 고려동지회 회장, 전보통신사 회장을 역임하다 민주국민당에 입당해 1950년 제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시현은 이승만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1960년 4·19 혁명으로 석방됐다. 이후에도 그는 정계활동을 이어가다 5·16 군사정변 뒤 경계에서 은퇴하게 됐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국 독립을 위해 몸 바쳐 투쟁했는데 반쪽 독립 밖에 이룩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생을 독립운동을 위해 감옥에서 보낸 김시현의 뜨거운 애국심을 담아낸 공유의 모습에 누리꾼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현계옥(상), 한지민/온라인커뮤니티, 영화 <밀정> 스틸이미지

■ 현계옥-한지민
대구 출신 기생이면서 여성 의열단원이었던 현계옥을 배우 한지민이 연기했다. 현계옥은 <운수 좋은 날>을 쓴 현진건의 사촌 형이자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현정건의 연인으로 유명하다. 풍류가무와 한문에 조예가 깊었던 현계옥은 대구에서 현정건을 만나게 됐고, 그를 따라 경성의 한남권번으로 옮겨왔다. 그의 열렬한 사랑은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독립운동을 위해 상해로 떠난 현정건을 따라 그는 21세가 되던 해 만주로 건너가 의열단에 가입해 현정건으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김원봉으로부터 폭탄제조법과 사격술을 배워 비밀공작활동을 벌이게 됐다. 현계옥은 부부나 다름 없었던 현정건의 징역살이와 사망까지 모두 지켜봤고, 훗날 시베리아로 망명했다. 한지민은 오직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목숨을 다 바친 비운의 여인 현계옥을 연기하면서 “의열단에도 여성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린 나이에 힘든 활동을 한 그의 강인함과 묵직함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