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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패행진 송재정 작가가 말하는 ‘더블유’(W) 집필 비하인드 스토리

“‘더블유’는 나만을 위한 사막…마음껏 질주했어요”
송재정 작가는 지난 1998년 SBS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로 데뷔했다. 이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등을 집필하며 끊임없는 대박을 터트렸다.

‘타임슬립’(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거슬러 과거 또는 미래에 떨어지는 일을 일컫는 조어)의 대가로 불리는 송재정 작가가 이번에도 흥행 기록을 세웠다. MBC 드라마 <더블유>(W)로 현실과 웹툰 세계를 오가는 스토리와 함께 희대의 반전을 선보인 것이다.

<더블유>는 현실 세계 ‘초짜’ 여의사 오연주(한효주 분)가 인기 절정 ‘웹툰 더블유’에 빨려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을 만나고, 두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로맨스 사건들을 담은 멜로드라마로 지난 14일 종영했다. 방송 3회 만에 수목극 1위를 달성한 뒤, 시청률 10~14% 사이를 유지하며 끝까지 왕좌를 지켰다.

2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만난 송재정 작가는 “지상파 드라마의 맥락을 바꿨다”는 호평에 그저 감사하다며 겸손해했다. 그가 써내려간 16부작에는 어떤 비화가 있을까? 그와 나눈 집필 비하인드 스토리를 일문일답으로 전한다.

MBC 드라마 <더블유> 포스터. 사진 MBC

Q1. 탈고 소감이 궁금해요.

= 2개월 동안 작업실에만 있다가 나와서 그런지 이 자리가 더 영광스럽고, <더블유>에 대한 찬사에도 어리바리하네요. 과소평가를 받는 순간이 싫지만,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좀 두렵기는 합니다.

Q2. 마지막 방송은 보셨나요?

=마지막회 방송을 못 봤어요. 좋은 습관이 아니지만 탈고 후에는 작품을 다시 보고싶지 않은 이상한 습관이 있거든요. 15, 16회 분량을 못 봤지만 이야기는 들었어요.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사를 통해 확인했고요. 사실 대본이란 게 내 의사를 담은 것이지만, 나의 창작품은 아니에요. 나는 시작을 한 사람일 뿐…. 연출자와 배우들이 수 개월 작품을 함께 끌어왔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3. 딸을 위해 소멸하는극중 오성무(김의성) 작가의 죽음이 안타까웠어요.

=오성무 작가의 이야기는 스페인 미술관에서 본 고야의 그림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순수 미술을 하는 광적인 화가로 출발했죠. 일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그림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대중적인 만화를 선택해 웹툰 작가로 캐릭터를 굳혔죠. 창작하는 사람은 모두 같은 고민을 하겠지만, 창작물을 표현하는 대상으로 볼 것인지, 영혼이 있다고 볼 것인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요. ‘왜 죽였느냐’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저 역시 싹을 잘라냈을 때의 고통과 죄책감이 있어요. 오성무 캐릭터는 탈고를 앞둔 나를 비유한 것은 아니에요. 마지막회 그의 죽음엔 저도 마음이 아팠죠.

MBC 드라마 <더블유> 송재정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MBC

Q4. 타임슬립이라는 클리셰를 자주 활용하는 이유가 뭔가요?

= 그동안 해온 시트콤이 아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시트콤으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장르 말이죠. 특이한 것을 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어 소재도 독특한 방향으로 잡았죠. 제가 선택한 타임슬립은 극적인 상황이 가능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어요. 현실에서 첩보원만 할 수 있는 추격적을 일반인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특별한 일을 겪는 것에는 큰 흥미를 못 느꼈어요. 평범한 사람이 극적인 상황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타임슬립 소재를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타임슬립에 대한 또 다른 아이템이 있지만 당장은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어둡기 때문이에요.

Q5. 상상력 근원은 어디서 얻나요?

= 어릴 때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책을 읽다가 이야기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융합하는 능력을 기른 것 같아요. 그림을 보다가 창조물과 피조물이 생각나고, 잡지도 보고 TV를 보는 등 여러가지 잡다한 것을 하면서 작은 아이디어들을 얻는 거죠. 저는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나오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대본을 쓴다는 개념을 세우면 일이 안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지만, 대본 집필에 몰입하면 놀이를 하는 것 처럼 재미를 느껴요. 마치 나만 달리는 사막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질주하는거죠.

Q6. 배우 이종석과 한효주 얼마나 마음에 들었나요?

= 우선 두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요. 만화 같이 생긴 외모로 어마어마한 리얼리티를 부여했기 때문이죠. 이종석이 소화한 강철은 실제 이종석과 공통점이 거의 없어요. 설정된 나이는 30살인데, 대사나 행동의 마인드는 45살이었어요. 듣기만 해도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죠? 한효주에게도 미안했어요. 일단 역할이 너무 고됐기 때문에 평가 자체가 불가해요. 의사라는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 멋도 부리지 못하고, 여배우인데 뛰고 우는 장면이 많았죠. 감정소모도 크고 희생자가 된 느낌이 들어 실제 ‘쫑파티’에서도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빚을 많이 진 느낌이이랄까요.

Q7. 갑작스런 대본 공개, 생각이 바뀐 이유가 있나요?

=<더블유>는 의지가 강한 캐릭터를 탄생하길 바라며 쓴 작품입니다. 이미 이 작품은 내 손을 떠났기 때문에, 해석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서 올리게 됐어요. 또 방송은 대중친화적인 매체인데 극작에 대해서는 제한된 상황에서 목적을 가진 사람만 보는 것에 대한 회의가 있기도 했어요. 방송은 트렌디한 장르라 아무리 큰 인기를 얻어도 사람들은 몇 달이 지나면 잊어버려요. 그래서 대본을 공유할 거라면 최고로 ‘핫’할 때 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1회가 남은 상태가 최적이었죠. 대본은 내 작품이니까 대중들에게 이렇게 썼다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방송국 사람들은 대본과 친밀하지만 대중과 대본은 친밀하지 않으니까. 작가 지망생들을 비롯해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대본 역시 소설책 보듯이 접근할 수 있게 해야 잠재적인 작가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요? 대본 공개는 앞으로도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8. 작품이 어렵다는 평가에 대한 생각은요?

= 예전에는 작품의 리얼리티와 과학적인 논리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과학적 수사는 지겹더라구요. 개연성은 없지만 확 튀는 세계를 원하고, 논리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다음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작 <인형왕후의 남자>도 처음에는 ‘말이 되냐?’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시청자들이 논리 없이도 이해하며 호응을 보냈죠. 이런 부분에 용기를 얻어서 매개체가 없는 <더블유>를 쓰게 됐죠. 처음으로 매개체가 없고 의지 하나로 왔다갔다 하는 설정을 시도했어요. 저는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 제 실수였던 것 같아요. 인지에 대해 자유로운 작품이 처음엔 생소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개인의 사고에 대해서 상황이 바뀌는 표현 방식이 유행하지 않을까요. <더블유>는 이 초기 단계를 시험해 본 것이에요.

Q9. 사전 제작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꼽는다면요?

= 마지막회까지 촬영을 마친 이후에 방영을 시작하는 것이 좋기는 해요. 근데 저는 의문이 드는 게 작가, 감독이 사전 제작을 잘 해내려면 어마어마한 노하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영화 같은 경우는 짧으니까 괜찮은데, 긴 호흡인 드라마는 16시간동안 감정선 흐름을 잃지 않고 유지한다는 것이 참 어렵거든요. 그래서 도박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Q10. 시청률에 대한 생각은?

= 시청률이 나오는 날이 오면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어요. 중요한데, 참 뜻대로 안되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이 대중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다행히 방송 초반에 1회 편집본을 보고 ‘되겠다’는 희망을 봤어요. 초반에 잘 만들어주셔서 시청률도 잘 나오고, 부담을 덜 가진 상태로 집필에 임했던 것 같아요.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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