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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 탄 안방극장 법정물, 외연-감정 확장된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도전 [종합]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법조계의 이야기를 다루는 ‘법정물’은 마니아 드라마의 인상이 강했다. 한국에서도 법정물이 시도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MBC의 <변호사들> <대한민국 변호사> <개과천선>, KBS2 <파트너>, SBS <신의 저울> 등이 시청자에게 줄줄이 외면을 받으며, 의학물에 비해 대중에 정서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대한민국 법정물의 한계를 보여줬다.

법정물의 인기는 드라마 내부보다는 드라마 외부에서 시작된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 영화 <변호인> <소수의견> 등이 사회의 현안과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려 호평을 받았고, 젊은 층에 폭넓게 퍼진 미국 드라마의 재미 역시 촘촘히 짜여있는 해외 법정물 또는 수사물의 인기에서 비롯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시작으로 tvN <굿와이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이 인기를 끌었다.

배우 이준, 전혜빈, 최지우, 주진모가 22일 서울 상암MBC에서 열린 MBC 새 월화극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MBC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월화극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기존 법정물의 외연을 조금 더 확장하고 정서도 확장했다. 지금까지 법정드라마는 주로 법정에서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에 주인공이 맞춰져 있었고, 극의 재미 역시 치열한 법정공방과 법정이라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각종 암투와 음모, 이를 극복하는 주인공의 성공기에 중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황금무지개> <달콤살벌 패밀리> 등을 연출한 강대선PD와 <갑동이>를 쓴 권음미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일단 변호사가 아니라 그 밑에서 제반준비에 몰두하는 사무장이 주인공이다. 변호사가 법정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 위 배우라면, 사무장은 무대 뒤 스태프와 마찬가지다. 그렇게 확장된 외연은 극의 분위기에서도 차이를 낸다. 작가가 법정물이라는 장르적 요소에 로맨스라는 감정적 요소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배우 최지우, 주진모가 22일 서울 상암MBC에서 열린 MBC 새 월화극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주인공인 차금주(최지우)는 인맥도 넓고, 능력도 있고, 의지와 체력도 강골인 만능 사무장이지만 억울한 상황에 휘말려 실형을 사는 고초를 겪는다. 이후 ‘하자가 있는 사무장’으로서 편견을 딛고 재기하려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파파라치 언론사 대표 함복거(주진모)와 일로 엮이게 되고 선한 성격의 국선변호사 마석우(이준)과도 교감한다.

드라마는 법정물이라는 점 그리고 고초를 겪은 여주인공이 법조계에서 다시 우뚝서는 재기 과정을 다뤘다는 점 때문에 앞서 방송된 tvN <굿와이프>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실제 <굿와이프>도 남편인 검사의 스캔들로 무너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변호사로 다시 나서는 여성을 전도연이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강대선PD는 “제 생각에 <굿와이프>와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법정 장면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드라마로 느껴진다. 실제로 찍어보니 그 간격이 더욱 크다”면서 “법정보다는 사무장의 무대인 법정 밖을 다루다 보니 일반적인 법정물의 느낌은 아니다. 작품의 느낌 역시 <굿와이프>보다는 밝고 경쾌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최지우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촬영하면서 많이 다름을 느낀다. 그 부분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분명 지금 대한민국 안방극장에서 법정물의 기세는 좋다. 하지만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앞에는 20% 시청률을 오가는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의 상승세와 대작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버티고 있다. 장르와 장르의 격돌, 배우 대 배우의 격돌은 오는 26일 오후 10시부터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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