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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성분 ‘메디안 치약’ 일파만파…소비자 우롱하는 “몰랐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이번에는 ‘치약’이 생필품 유통시장에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논란 대상으로 지목될 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검출된 치약 11종을 회수한다고 26일 밝혔다. ‘메디안후레쉬 포레스트’과 ‘송염 치약’ 등 시중에 유통 중인 아모레퍼시픽이 제조한 치약 11종 제품 전량이 회수 대상이다.

이들 11개 제품들에는 CMIT·MIT가 0.0022∼0.0044ppm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치한 후 입 안을 물로 씻어내는 제품 특성상 인체에 유해한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 치약류 제조 시 불허한 성분이 포함됐다는 자체부터 문제다.

이날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치약’과 ‘송염본소금잇몸시린이치약’ 등 치약 11종에는 CMIT·MIT가 함유된 ‘소듐라우릴설페이트’를 원료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CMIT·MIT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치약보존제로 쓰이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치약류에는 사용하면 안 되는 불허 성분들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치약 속 CMIT·MIT 함량을 최대 15ppm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쓰이면 안 될 성분”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의 해당 제품에는 CMIT·MIT가 0.0022∼0.0044ppm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인체에 유해할 정도는 아닌 수치”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의 유해 성분 사실을 처음으로 적발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에 치약 제조 원료를 납품해온 미원상사는 CMIT·MIT가 함유된 원료물질 12개를 공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애경산업, 코리아나화장품 등에도 공급된 것으로 파악돼 해당 성분이 더해진 제조사별 제품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치약시장은 약 2000억원으로 LG생활건강(41.2%)에 이어 아모레퍼시픽(25.6%)이 2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애경(17.8%) 순으로 공급 기반이 형성돼 있다. 브랜드별 점유율로 본다면 LG생활건강 페리오(27.9%)가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20.1%)이 뒤를 잇고 있다.

특히 적발된 메디안·송염 브랜드는 대중적인 인기도가 상당한 상품들이라는 점에서 시장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브랜드 신뢰 하락까지 확산될 여지가 충분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은 “미원상사라는 제조업체에서 받은 치약 원료에 CMIT와 MIT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문제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는 몰랐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자체조사 이후 11종 제품 전량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실적으로 이미 사용된 치약들에 대해서는 대응책이 없는 상태다.

한편 반품 절차를 밟고 있는 제품들은 메디안후레쉬포레스트치약과 메디안후레쉬마린치약, 메디안바이탈에너지치약, 본초연구잇몸치약, 송염본소금잇몸시린이치약, 그린티스트치약, 메디안바이탈액션치약, 메디안바이탈클린치약, 송염청아단치약플러스, 뉴송염오복잇몸치약, 메디안잇몸치약 등이다. 식약처는 아모레퍼시픽에 치약 제조를 3개월간 정지하는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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