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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서울 4-1 대파…ACL 결승 8부 능선

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투쟁의 장이다. 화려한 기술도 중요하지만, 달리고 뛰어오르는 기본에서 밀리면 이기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아시아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첫 대결이 그랬다.

전북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에서 레오나르도(2골)와 로페즈, 김신욱의 연속골에 힘입어 FC서울을 4-1로 대파했다. 홈 앤 어웨이로 열리는 4강에서 첫 판을 3골차 승리로 장식한 전북은 다음달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무대를 옮겨 치르는 2차전에서 비기거나 2골차로 져도 결승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또 전북은 올해 서울을 네 차례 모두 전승을 거두며 천적 관계를 재확인했다.

결승 진출이 걸린 경기인만큼 팬들의 신경전부터 남달랐다. 서울 팬들은 “심판 매수”를 외치며 이날 전북 스카우트가 심판을 매수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것을 자극했다. 전북 팬들도 “패륜”(안양에서 서울로 연고 이전한 서울을 자극하는 표현)으로 맞붙을 놓으면서 양 측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치열했던 신경전은 전북의 빠른 발에 중단됐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가위·바위·보 같은 사령탑들의 지략 싸움이 만들어낸 결과다. 서울 황선홍 감독은 전북의 양 날개인 레오나르도와 로페즈를 의식해 스리백으로 수비를 보강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오히려 악수가 됐다. 방패 노릇을 해야하는 중앙 수비수 오스마르와 곽태휘가 두 선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구멍으로 전락한 것이다. 반대로 전북 최강희 감독은 엉망으로 망가진 잔디 상황을 고려해 원톱으로 내보낸 김신욱을 기점으로 펼치는 속도전이 절묘히 맞아 떨어졌다.

그 차이는 고스란히 골로 나타났다. 전북은 전반 22분 김신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레오나르도가 침착하게 선제골로 연결했고, 전반 26분에는 김신욱의 절묘한 헤딩 패스를 잡아챈 로페즈가 빠른 발로 수비를 따돌리며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40분에는 김신욱이 헤딩으로 오른쪽 구석으로 떨군 공을 로페즈가 달려가 잡아낸 뒤 레오나르도에게 연결해 3-0으로 점수를 벌렸다.

전북이 3골(슈팅 9개)을 터뜨리는 동안 서울은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올해 전북이 K리그에서 32경기 무패(18승14무)를 질주하면서 ‘1강’으로 불리고 있지만, 서울 역시 K리그 2위를 달리고 있어 놀라운 결과다.

전북도 옥에 티는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된지 30초 만에 느슨한 수비로 만회골을 내준 것이다. 전북은 수비 사이로 떨어진 곽태휘의 롱 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주세종에게 손쉽게 한 골을 허용했다. 이날 서울이 기록한 첫 슈팅이자 첫 골이었다. 반대로 첫 골로 기세가 오른 서울은 전반 내내 실망만 남겼던 오스마르가 본업인 미드필더로 올라가면서 장기인 볼 점유율이 살아났다. 후반 20분에는 박주영까지 투입해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이라는 극단적인 포진으로 공세에 나섰지만 기대했던 골 소식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전북이 후반 39분 김신욱이 팀 동료 이재성이 찔러준 공을 잡아챈 뒤 수비수 둘을 따돌리며 오른발슛으로 쐐기골을 터뜨려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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