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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악재와 갈등의 불씨 안고 개막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악재와 갈등의 불씨를 안고 6일 개막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사퇴하면서 민간 주도 행사로 바뀌었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체제로 치러진다.

당연직으로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서병수 부산시장은 개막 선언이 없어지면서 영화제 출범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불참했다. 2014년 영화 <다이빙 벨> 상영으로 부산시로부터 외압을 받고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돼 많은 영화인들이 불참했다. 또한 지난달 28일 시행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적용되는 첫 대규모 행사라는 점이 영화제를 위축시켰다. 개막을 앞두고 태풍 ‘차바’가 해운대 비프빌리지를 휩쓸고 지나가는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영화인들의 보이콧과 김영란법, 태풍이라는 악재를 뚫고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5개 극장 34개 스크린에서 69개국 299편이 상영된다. 작품의 규모는 지난해 75개국 304편과 차이가 없다. 8월까지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던 영화제가 아시아 필름 마켓, 아시아영화아카데미, 아시아영화펀드 등 주요행사를 진행하면서 외형은 유지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6일 부산 우동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에 참석해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외형적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 출발했지만, 많은 영화인들의 불참으로 반쪽 영화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4년 <다이빙 벨> 상영으로 부산시로부터 표적 감사와 예산 삭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고발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영화제와 영화인들 사이의 갈등이 불거졌다. 영화인들은 관계 당국과 부산시의 외압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요구했다. 부산영화제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비대위’)를 구성해 정관 개정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영화인비대위는 8월 1일 총 9개 단체가 모여 회의를 연 결과 보이콧 철회 4, 보이콧 유지 4, 결정 유보 1로 논의를 마무리하며, 단체보다는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부산행> <터널>을 볼 수 없다. 올해 가장 화제가 된 영화인 두 편은 제작사에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출품을 거부했다. 이외에도 많은 스타들이 불참한다. <아수라>의 황정민, 곽도원, 정우성 등이 올해에는 레드카펫에 서지 않는다. 하정우, 공유, 손예진 등도 참석하지 않았다. 태풍 ‘차바’가 해운대 비프빌리지를 할퀴고 지나가 영화제 야외행사인 오픈토크, 핸드 프린팅을 영화의 전당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한다. 지난달 28일 시행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으로 영화제의 주요 행사인 게스트 초청 행사나 투자배급사가 파티가 취소됐다.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투자배급사들도 작년까지 진행해왔던 각종 파티를 올해는 대부분 취소했다. 부산시도 올해 영화제 개·폐막식 초대권을 배부하지 않기로 했다. 시가 영화제조직위로부터 초대권을 받아 배부하는 행위가 김영란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신인 감독과 거장들의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동시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미국 벤 영거의 <블리드 포 디스>, 일본의 구로사와 기요시의 <은판 위의 여인>, 이상일의 <분노>,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 등 4명의 거장 작품이 선보인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뉴 커런츠’부문에서는 인도의 파드마쿠마르의 <백만개의 컬러 이야기>, 한국의 임대형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중국의 왕수에보의 <깨끗한 물속의 칼> 등 아시아 10개국 11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올해 상영된 화제작을 살펴보는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는 이성태 감독의 <두 남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김지운 감독의 <밀정>,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 김정중 감독의 <유타 가는 길> 등 17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액션, 멜로, 사극, 사회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이두용 감독의 작품 <내시> <피막> <최후의 증인> <초분> 등이 소개된다.

한해 비아시아권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보는 월드 시네마에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국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프랑스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단지 세상의 끝> 등을 국내 개봉 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는 지난 7월 고인이 된 그리스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회고전과 중남미 영화 신흥 강국인 콜롬비아의 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10번째 신작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의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 선정됐다. <춘몽>은 예사롭지 않은 세 남자 익준, 정범, 종빈과 보기만 해도 설레는 그들의 여신 예리가 꿈꾸는 세상을 담은 영화다. <검은 바람>은 지고지순한 사랑과 전통적 가치관, 종교관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그린 작품이다. 이라크의 쿠르디스탄 지역에서 활동하는 후세인 하싼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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