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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도 알고 있다. '태업논란' 안산 무궁화 '초비상'

안산 공격수 김동섭(가운데)이 지난 10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 경기에서 부산아이파크 이규성에 앞서 볼을 다루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2016시즌 내내 프로축구 2부리그(챌린지) 선두를 질주해온 안산 무궁화가 시즌 막판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5일 충주 원정 경기다. 안산은 11개 팀 중 10위인 충주 험멜에 1-8로 완패했다. 이날 맞대결 전까지 안산은 올 시즌 충주를 2승1무(5득3실)로 압도했다.

안산은 경기 시작 29초 만에 선제골을 내주는 등 전반을 0-5로 마쳤다. 후반 13분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만회했지만 이후 3골을 더 내줬다. 앞선 경기까지 1골을 기록 중인 충주 공격수 하파엘은 이날에만 4골을 몰아쳤다. 안산의 볼 점유율은 66%로 충주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 태업논란이 불거졌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도 17일 “수비진 커버 플레이가 안 되는 등 선수들이 덜 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안산은 이번 시즌 우승해도 1부리그(클래식) 승격권을 얻지 못한다. 연고지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아산으로 옮긴다. 설상가상으로 이흥실 감독과 주전 골키퍼 손정현은 지난 1일 주심의 PK 선언 및 퇴장 판정에 항의하며 경기 재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시즌 종료까지 뛰지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 현재 남은 선수은 고작 27명뿐이다. 그런데 그 중 무려 10명 안팎이 부상으로 출장하기 힘든 상태다.

안산은 상주 상무와 함께 프로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군경팀이다. 선수들은 대부분 프로에서 뛰던 1.5군 이상급 선수들이다. 목표의식과 의욕이 떨어져도 그 정도 졸전을 할 멤버는 아니다. 또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태업은 프로선수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이다. 안산의 졸전은 결국 선수들 스스로 군경팀의 프로리그 참여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자신들에게 프로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 됐다. 완패한 상대가 10위였기에 망정이지 승격권을 다투는 중·상위팀이었다면 고의패배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안산 무궁화는 경찰청 소속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태업논란을 보고 받은 뒤 축구단에 분발을 강하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은 19일 리그 8위 경남과 원정경기를 치른다. 오는 22일 맞붙는 강원은 리그 4위로 승격권에 있는 팀이다. 30일 시즌 최종전 상대는 9위 안양이다.

안산은 남은 3경기에서 프로다운 플레이를 회복해야 한다. 반대로 졸전이 이어진다면 군경팀이 아마추어로 내려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게 분명하다. 동시에 축구를 하면서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좁아지면서 그 피해를 후배들이 고스란히 볼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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