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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CS 5차전 현장취재] 굳세게 버틴 존 레스터, 70년 묵은 ‘염소의 저주’ 문앞까지 이끌다

70년 된 저주를 깨뜨리기까지 이제 1승이 남았다. 흔들리지 않고 굳세게 버틴 에이스 덕분이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유명한 ‘염소의 저주’는 1946년 시작됐다. 직전 해인 1945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에서 애완용 염소 ‘머피’가 입장을 거부 당한 게 발단이 됐다. 염소 주인은 “이제 다시는 월드시리즈에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고 이는 사실이 됐다. 올해로 70년째다.

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이 21일(한국시간) 벌어진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서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선발투수 존 레스터와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존 레스터는 컵스가 저주를 끊기 위해 영입한 투수다. 2014년 말 6년간 1억5500만달러에 계약했다. 불굴의 상징과도 같은 투수다. 보스턴 시절이던 2006년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선수 생활은 커녕,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병을 거뜬히 이겨내 마운드로 돌아왔다. 염소의 저주 보다 더 유명했던, 밤비노의 저주 그 2번째 한풀이의 주인공이었다. 암에서 돌아온 뒤 2007년 보스턴 우승을 확정짓는, 월드시리즈 4차전 승리투수가 됐다.

마운드 위에서는 얼음보다 더 차갑다. 유일한 약점은 ‘1루 견제구 불안’.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레스터가 마운드에서 불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다저스 1번으로 기용된 키케 에르난데스는 1회말 선두타자 볼넷으로 1루에 나간 뒤 베이스 근처에서 거의 춤을 추다시피 하며 레스터의 신경을 긁었다. 2사 3루 상황에서는 더욱 현란한 몸동작으로 투수를 괴롭혔다.

암에도 꿋꿋했던 레스터는 신경전 따위에 휘말리지 않았다. 컵스 타선이 4회 무사 1·2루에서도 점수를 못 내는 등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묵묵히 제 몫을 해냈다. 레스터는 7회까지 108개를 던지면서 5안타 1실점, 6삼진으로 다저스 타선을 묶었다.

에이스의 버텨주자 답답했던 타선도 터졌다. 1회 앤서니 리조의 2루타로 선취점을 올린 뒤 막혔던 공격은 전날 쐐기 2점홈런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난 애디슨 러셀이 6회말 결승 2점홈런을 터뜨리면서 다시 살아났다. 다저스로서는 4차전에 이어 이날도 수비 불안으로 8회에만 5점을 준 장면이 불안 요소지만, 9회 컵스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으로부터 2점을 따낸 것은 희망적인 부분이다.

컵스는 5차전을 8-4로 이겨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1승 남은 저주 탈출의 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올해 가을 최고의 투수임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커쇼는 “하루 더 쉬었다. 힘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이제 장소를 시카고로 옮긴다. 6차전은 23일 오전 9시 리글리 필드에서 시작한다. 다저스 선발은 커쇼, 컵스 선발은 카일 헨드릭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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