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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달’ 안현범의 야망 “태극마크·유럽 꿈향해 달린다”

“이동국 선배님 하면 발리슛, 안현범하면 ‘치달’로 인정받고 싶어요.”

K리그의 떠오르는 샛별 안현범(22·제주)은 젊음의 에너지와 발랄함이 넘쳤다. 자신감과 도전 정신도 가득했다. 자신의 장점을 스스럼 없이 얘기하고 국가대표와 유럽 무대 도전의 큰 꿈을 말하는 데에도 거침 없었다. 자신의 별명처럼 무섭게 ‘치고 달리는’ 젊음의 속도감이 절로 느껴졌다.

안현범은 2016 K리그 후반기를 뜨겁게 달구며 프로축구 샛별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5일 K리그 클래식 무패 행진을 벌이던 전북 현대를 상대로 1골·1어시스트로 승리를 따는데 앞장선 데 이어 2경기 연속 멀티 공격포인트를 폭발했다. 안현범은 어느새 올 시즌 7골·4도움으로 11개의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그가 맹활약하면서 리그 3위 제주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 획득에 한발 더 다가섰다.

제주 유나이티드 안현범이 23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드리블하며 질주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안현범은 24일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시즌 전에 공격포인트 10개가 목표였는데 달성했다. 성공적인 시즌으로 가고 있지만 마지막 남은 3경기에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ACL 티켓도 확실히 따내겠다”고 밝혔다.

안현범은 프로 2년차인 올 시즌에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프로축구판에 새기고 있다. 지난해 울산 현대에서 데뷔한 그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잡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제주로 이적했다. 지난 4월13일 상주 상무전에서 2골을 넣으며 강렬한 신고식을 한 안현범은 5월7일 수원FC전에서는 약 70m를 ‘치고 달리는’ 무서운 질주를 펼치며 어시스트를 기록,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치달’ 안현범의 존재를 알리며 순항했으나 이후 발 부상으로 50일 넘게 공백을 보내며 잠시 시련을 맛봤다.

그러나 안현범은 후반기에 다시 일어섰다. 상위스플릿과 ACL 진출이 걸린 팀 상황 때문에 윙백으로 전환하기도 했고, 다시 윙어와 공격수로 복귀하는 등 자리가 바뀌기도 했지만 그의 ‘치달 본능’은 숨길 수 없었다. 안현범은 지난 8월27일 성남전 후반 추가시간에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작해 페널티 박스안으로 진입해 강력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었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돌파하고 과감하게 슛을 터뜨리며 ‘치달’ 안현범의 진가를 다시 드러냈다. 안현범은 이 경기를 시작으로 최근 10경기에서 5골·2어시스트로 대폭발하고 있다.

대학 시절 ‘동국대 가레스 베일’로 불릴 만큼 치달에 자신이 있었던 안현범은 “스피드는 결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내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현범의 과감한 돌파와 슈팅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한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24·토트넘)의 ‘치달’과 비교될 만큼 폭발적이다. 그는 “이동국 선배하면 발리슛이 전매특허로 떠오르듯이 나도 이제 팬들이 불러주는 ‘치달’로 확실히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골을 터뜨린 이후 자신만만하고 재미있는 세리머니도 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됐다. 안현범은 지난 15일 전북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이후 턱을 잡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뽐내는 뒤풀이로 축구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안현범은 “우리 팀은 훈련 때에도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반드시 한다. 상대팀의 분위기를 저하시키고 우리는 사기를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경기 전날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했는데 골이 들어가서 꼭 그 세리머니를 하게 되는 기분좋은 징크스가 이어진다”며 웃었다. “전북전에서는 우리 제주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하고 싶어 그런 포즈를 취했다. 또 더 많은 홈팬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고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더 재미있는 세리머니도 하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프로 2년차 안현범은 올 시즌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꼽힌다.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김승준과 인천 송시우 등이 경쟁자로 꼽히지만 공격포인트와 팀 공헌도로 볼 때 안현범이 한발 앞서 있는 모양새다. 그는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형들(안현범은 올림픽 대표팀 연령대보다 한 살 어림)이 많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비웠는데 기회가 왔다. K리그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상이니 끝까지 좋은 플레이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안현범의 눈은 더욱 높은 곳까지 바라봤다. 그는 “내년 ACL 무대에 나가 인정을 받아 축구 시작하면서 꿈이었던 국가대표도 되고 싶다. 또 중국, 중동이 아니라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그래서 올 시즌 마치고 동계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격수와 윙어, 윙백 등 다양한 포지션을 뛰고 있는 그는 ‘치달’의 장점을 살려 꿈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도 수비수를 봤는데 공격수가 치고 들어올 때가 정말 무섭다. 저돌적인 스타일을 더 잘 살리고 연구해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직 2년차라 기복을 줄이는 게 과제일 텐데 내가 잘 하는 플레이를 살리고 경험을 녹인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겁없는 ‘젊은 피’ 안현범은 실패의 두려움 대신 패기와 도전정신이 가득했다. 그가 꿈을 향해 ‘치달’의 속도를 높여갈 때 한국 축구도 소중한 자원을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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