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습니다.”
무심한 하늘은 그 날처럼 푸르렀다.
팬들은 추모관 곳곳에 ‘보고 싶다’는 포스터잇을 써붙이며 그의 부재를 애달파했다. 그가 떠난 뒤 2년이 됐지만, 유족과 팬들의 안타까움, 그리고 그리움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27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유족, 동료 지인, 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 신해철의 2주기 추모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신해철의 아내인 윤원희씨는 검은 예복 차림에 여윈 모습으로 고인의 영정을 마주했다. 두 자녀 앞에서 시종 담담하려 했지만, 끝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아냈다.
밴드 넥스트의 멤버들도, 팬들도 먼 발치서 눈물을 훔쳐냈다. 가슴에 남은 애환은 여전히 커보였다.
소속사 양승선 대표는 “2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형을 찾아와 주고 기억해줘 감사하다”고 고개 숙였다.
추모식 외에 ‘보라색 리본 달기’ ‘신해철의 그리움 갤러리’ 등의 사전 행사도 열렸다. 팬들은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추모관 로비에 부착하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경우 추모식에 조화환을 보내 추모의 마음을 대신했다.
이날 추모행사는 참석자 전원이 추모곡 ‘민물 장어의 꿈’을 함께 부르면서 마무리 됐다. 유족과 팬, 지인들은 자유 참배 등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2주기를 맞아 인터넷에도 추모글이 이어졌다.
윤종신은 2주기를 맞은 27일 자신의 SNS에 고인이 함께 불렀던 노래 ‘떠나간 친구에게’의 가사를 게재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이제는 지나간 추억도/ 우리의 즐거웠던 날도/ 너의 뒷모습 보며 사라져 가지만/ 영원히 함께 남아 있을 거야’라는 노랫말이 읽는 이의 마음 한 켠을 더욱 아리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고 “요즘처럼 참담하고 무거운 상황일수록, 그가 그립고 그의 노래가 그립다”면서 “문득, 그가 살아있었다면 요즘의 대한민국과 우리들에게 어떤 노래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을까”라고 되물었다.
2014년 10월 17일 서울의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던 고 신해철은 이후 상태가 악화되면서 서울 아산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끝내 같은 달 27일 숨을 거뒀다.
고인이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죽음의 원인을 둘러싼 송사는 더디다. 10여차례에 걸친 공판에서 집도의 K병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줄곧 부인해오고 있다.
검찰은 27일 마지막 공판에서 K병원장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한 가운데, 내달 25일께 1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오는 29일에는 다수의 동료 및 후배 가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 신해철 2주기 추모 공연’도 따로 개최된다. 이번 공연에는 밴드 넥스트, 홍경민, 에메랄드 캐슬 지우, 이현섭을 비롯해, DJ DOC, 신화의 김동완, 케이윌, 김현성, 밴드 피아의 옥요한, 은가은 등이 동참해 떠난 고인을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