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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vs 커제,벼랑 끝에서 만났다…내일부터 삼성화재배 준결승

4강전 상대로 확정된 후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를 하고 있는 이세돌 9단(오른쪽)과 커제 9단.

“쎈돌, 너만 믿는다.”

한국 바둑의 자존심 이세돌 9단이 31일부터 벌어지는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상대로 배수의 진을 친다. 개인적으로나 한국바둑 전체로서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이세돌 9단마저 탈락할 경우 중국이 2년 연속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가져가고, 한국은 또다시 무관의 설움을 곱씹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해 4강전은 지난해와 판박이다. 한국 1명과 중국 3명인 것도, 한국의 유일한 생존자가 이세돌 9단인 것도 똑같다. 게다가 지난해도 이세돌 9단의 4강전 상대가 커제 9단이었다. 이제 바뀌어야 할 것 하나는 이세돌 9단이 지난해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 중국에 내준 우승컵을 되찾아 오는 것뿐이다.

사실 이세돌 9단은 커제 9단에게 쌓인 빚이 많다. 첫 만남이었던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0-2로 패했고, 금용성배에 이어 연말에 치러진 몽백합배 결승에서도 2-3으로 거푸 무릎을 꿇었다. 올해 2월의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 결승과 3월 농심신라면배 우승 결정국에서도 패자는 이세돌 9단이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 2국 종국 장면. 이세돌 9단이 커제 9단에게 0-2로 패했다.

따라서 커제 9단이 더 이상 ‘천적’의 이미지를 굳히기 전에 이세돌 9단의 반격이 이뤄져야 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보여줬듯이 이세돌 9단은 위기 속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벼랑 끝에서도 승부를 즐긴다. 이 때문에 큰 경기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지난해 20연승을 내달리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커제 9단은 최근 들어서는 휘청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세돌 9단으로서는 반격에 나설 절호의 기회다.

설욕전 외에도 이세돌 9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삼성화재배 최다우승과 함께 단일 세계대회 최다우승 신기록에 도전한다. 그런 만큼 의욕도 넘친다. 이세돌 9단은 2004·2007·2008·2012년에 삼성화재배 정상을 정복했다. 삼성화재배 4회 우승은 이창호 9단이 LG배와 동양증권배에서 각각 4차례 우승한 것과 더불어 단일 세계대회 최다우승 타이기록이다.

이번 대결은 커제 9단으로서도 아주 중요한 일전이다. 중국기사 최초로 동일 세계대회 2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본 중국 기사는 16명에 이르지만, 한 대회를 2회 연속 우승한 기사는 1명도 없다. 지난해 스웨 9단을 2-0 으로 제압하고 삼성화재배 최연소(만 18세) 우승 기록을 세운 커제 9단이 이번 4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따돌리고 내친 걸음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면 중국바둑사에 또 하나의 획이 그어진다.

2016년 삼성화재배 대진표

한편 또 다른 준결승전은 퉈자시 9단 대 판윈뤄 5단 간의 대결로 치러진다. 두 사람 모두 삼성화재배 4강은 처음이다. 그러나 퉈자시 9단은 2014년 LG배 우승 경력이 있고, 판윈뤄 5단은 올해 들어 벌어진 4개의 세계대회 통합예선을 전부 통과하는 등 급부상 중인 신예 기사다.

이번 준결승전은 유일한 30대인 한국의 이세돌 9단과 1990년대생 중국기사 3명 간의 구도로도 눈길을 끈다. 세계 바둑계의 중심축이 1990년대생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바둑의 간판 스타 이세돌 9단이 관록의 힘을 보여줄지 세계 바둑팬의 관심을 모은다.

31일과 11월1·2일 오전 11시부터 벌어지는 이번 준결승 3번기는 사이버오로(cyberoro.com)에서 인터넷 생중계하며, KBS 1TV에서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생중계한다. 삼성화재배 우승상금은 3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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