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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과 또 다른 2016년 두산의 진화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우월한 전력으로 올 시즌을 치렀지만 2016년의 두산은 2015년 두산과는 또 다른 팀이다. 올해 두산은 중심 타선과 내·외야를 재정비했고, 비어있던 선발진의 퍼즐 조각를 끼워맞추며 진화했다. 두산이 우승 다음 해마다 중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던 ‘징크스’를 되풀이하지 않은 것도 이런 진화와 성장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쳤기 때문이다.

올 시즌 개막 전 많은 야구 전문가들은 두산을 우승 후보로 꼽지 않았다. 지난해 우승팀이긴 하지만 그 우승은 정규시즌 3위팀이 포스트시즌에서 상승세를 타고 이뤄낸 ‘기적’이었을 뿐, 올해 두산에는 마이너스 요소가 더 많았다.

4번 타자 김현수가 미국에 진출했고 새 외국인 선발투수 마이클 보우덴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을 떨쳐내고 에이스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니퍼트는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부상 탓에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20경기에 출장해 겨우 90이닝을 던지며 6승(5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도 5.10까지 치솟았다. 니퍼트가 올해에도 1군 마운드를 비우는 날이 많았다면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투수 교체를 검토했을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그랬다. 두산은 1982년 우승한 다음 해 6개팀 중 5위, 1995년 우승한 이듬해에는 8개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또 2001년 우승한 뒤 2002년에는 8개팀 중 5위에 그쳤다. 적잖은 지표들이 두산의 하향세를 시사하고 있었다.

두산 마이클 보우덴(왼쪽)이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루수 오재일의 호수비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창원|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하지만 올해 두산은 각종 악재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팀으로 거듭났다. 우선 김현수가 빠진 자리를 메울 외야 자원으로 박건우와 김재환이 불쑥 튀어나왔다. 2군을 오가는 백업 선수였던 박건우는 지난 시즌이 끝날 무렵부터 두각을 드러내더니 올 시즌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외야 한자리를 꿰찼다. 타율 0.335에 20홈런, 17도루를 기록했다.

포수로 입단했던 김재환은 팀내 경쟁에 밀려 지난해 1루수로 48경기에 출장하다가 올해 외야수로 전향했고 김현수의 포지션인 좌익수, 4번 타자 자리를 이어받았다. 타율 0.325의 성적을 낸 그는 두산의 거포였던 심정수와 김동주를 뛰어넘어 팀 역사상 한 시즌 가장 많은 홈런(37개)을 친 토종 선수가 됐다.

해마다 아쉬움을 남겼던 외국인 선발 한 자리는 보우덴이 나무랄 데 없이 채웠다. 보우덴은 18승7패를 거두고 리그 다승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니퍼트와 보우덴이 합작한 승수만 40승이다. 두산 외국인 선발 2명이 모두 제 몫을 다해준 것은 2005~2007년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내야에서는 오재일이 1루, 허경민이 3루를 맡으며 기존의 키스톤 콤비인 유격수 김재호, 2루수 오재원과 함께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지난해 66경기(타율 0.289, 14홈런)에 출장한 오재일은 올해 105경기에서 타율 0.316에 홈런 27개를 쳤다. 지난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를 밀어내고 주전 3루수가 된 허경민은 올해 포스트시즌에도 3루수로 선발 출장하며 물 오른 타격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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