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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레이, ‘2인자’ 꼬리표를 떼다

앤디 머레이. Gettyimages/이매진스

남자 테니스 앤디 머레이(2위·영국)에게 세계 랭킹 1위는 먼 얘기처럼 보였다. 늘 세계 정상권에 있었지만, 그의 앞에는 늘 절대 강자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2인자’ 머레이는 없다. 머레이가 조코비치를 넘어 마침내 세계 랭킹 1위에 오르게 됐다.

머레이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BNP 파리바 마스터스 대회 8일째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밀로시 라오니치(5위·캐나다)에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머레이는 7일 존 이스너(27위·미국)와 결승전을 치른다.

결승에 오른 머레이는 7일 열리는 결승 결과와 관계없이 같은 날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조코비치를 제치고 1위에 오르게 됐다. 조코비치는 이 대회 8강에서 마린 칠리치(10위·크로아티아)에게 일격을 당해 탈락했다.

1987년생인 머레이는 29세5개월의 나이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1974년 30세11개월의 나이로 1위에 올랐던 존 뉴컴(호주)에 이어 최고령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하는 기록을 세웠다. 영국 선수가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것도 처음이다. 머레이는 2009년 8월 처음으로 세계 랭킹 2위로 올라선 뒤 7년3개월만에 1위로 올라섰는데, 2위에서 1위까지 오르는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머레이는 그 동안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함께 남자 테니스 ‘빅 4’를 구축했지만, 이들 3명이 모두 세계 랭킹 1위를 경험하는 동안 줄곧 ‘2인자’에 머물러왔다. 나달이 부상으로 주춤하고 나이가 든 페더라도 전성기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조코비치가 전성기를 구가하며 머레이의 앞을 막아섰다.

지난해 호주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패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머레이는 올 시즌도 조코비치가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연달아 제패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이후 부상과 부진이 겹쳐 주춤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머레이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머레이는 윔블던과 리우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로 조코비치를 맹추격했고, 이번 대회에서 끝내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머레이는 “세계 랭킹 1위는 1년간 성적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라며 “최근 몇 달간은 나의 선수 생활에서 최고의 시기였다. 목표였던 세계 랭킹1위를 달성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내 “항상 1위가 되는 경기를 끝내는 장면을 상상해왔지만 오늘은 정작 경기도 하지 않고 1위가 됐다”며 다소 허탈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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