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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강한나, 과연 듣던 대로 ‘하얀 도화지’ 같은 그녀 [인터뷰]

배우 강한나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연기 때문이 아니었다.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그는 등 뒤가 훤히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데뷔 한지 3년이 지나 <동창생> <친구2> 등의 영화에 갓 출연한 배우였다. 그의 원래 성격이 어땠든 간에 지난해 출연한 영화 <순수의 시대>를 통해 강한나는 또 한 번 노출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다.

보통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당연히 대중은 강한나의 이미지를 ‘도발적’ ‘자극적’으로 기억한다. 실제 역할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순수의 시대> 가희는 복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고, 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도 그다지 맑은 인물은 아니었다. <마녀보감>의 의인왕후 박씨 역시 선조에게 사랑받지 못한 외로운 인물이었다. 그가 이번에 연기한 SBS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의 황보연화는 역시 궁중 유일한 공주였지만 생존을 위해 야망을 놓을 수 없는 위태로운 인물이었다.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황보연화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한나가 서울 중구 정동 스포츠경향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하지만 실제로 만난 강한나는 맑고 바른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 그와의 대화에 감화를 받았던 많은 기자들의 이야기 그대로였다. 항상 배우들에게는 ‘착한 사람이 정말 악역을 잘 한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강한나는 이러한 본성을 배역 뒤에 가려놓고, 언젠가 대중 앞에 드러날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배역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화는 똑똑한 친구였어요. 어떤 선택을 해야 황궁에서 살아남는지 생각하는 친구였죠. 그리고 과거 궁에서 내쳐진 경험이 있어요. 아예 나락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공주로서의 삶과 나락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있는 친구였기 때문에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악다구니를 쓰죠. 단면적인 인물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봐주신 것 같아서 좋았어요.”

<달의 연인> 김규태PD는 배우들로 하여금 배역에 개입해 자신의 생각을 녹여 넣을 수 있도록 장려했다. 그리고 다양한 고민을 통해 악독하지만 자그마한 것에는 깜짝깜짝 놀라는, 의외로 귀여운 황보연화의 모습도 드러났다. 그리고 왕 앞에서나 잘 보여야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밝게 웃다가 척을 진 사람 앞에서는 냉정하게 얼굴을 바꾸는 모습도 황보연화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됐다.

“감독님이 초반 미팅 때도 흔히 보는 악역이라는 역할과 달랐으면 좋겠고, 더 다양하게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역할이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니까 저 역시도 다양하게 시험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연화가 왕소(이준기)와 왕욱(강하늘)사이에서 ‘킹메이커’가 되려하는 모습을 강조하려고 했어요. 그 다음에는 궁중 유일한 공주로서의 모습, 여자로서의 다채로운 감정 등을 상상했죠.”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황보연화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한나가 서울 중구 정동 스포츠경향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규태PD는 이전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나 <괜찮아, 사랑이야> 등의 드라마에서 배우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크게 잡는 이른바 ‘얼빡숏(얼굴을 빡빡하게 잡는 숏)’으로 유명했다. 안 그래도 UHD 화질 등으로 피부 상태에 대한 배우들의 고민이 심한데 얼굴까지 화면 가득 잡으니 여배우로서는 부담이 클 법도 했다. 하지만 강한나를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대포 같은 렌즈를 써서 멀리서 찍으시더라고요. 저는 가슴 위를 잡는 ‘타이트 바스트’ 정도의 숏이라고 봤는데 클로즈업으로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촬영 감독, 조명 감독님 모두 김규태PD님과 함께 오래 작업한 분들이잖아요. 피부가 안 좋은 날에도 화사하게 조명이나 렌즈로 만들어주시고 후보정도 잘 돼 나왔어요. 하기 전에만 걱정했지 실제로 해보니까 오히려 세밀한 얼굴의 변화를 연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어요.”

그가 이름을 알리고 화제가 된 작품들은 모두 사극이면서 악역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었을까.

“사극을 원래 좋아해요. <순수의 시대>로 사극을 처음 접했는데, 매력에 많이 빠졌었죠. 그 이후 드라마로도 사극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시대 자체가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고요. 그 시대니까 가능한 감정 표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현대로 가면 아무래도 사람 자체에 집중하게 되잖아요. 저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성격을 담아내는 작품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악역 역시 이유가 있을 때 찾게 돼죠. 제게 없는 부분을 찾고, 성장을 하려고 하다보면 이러한 느낌의 배역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황보연화 역으로 출연한 배우 강한나가 서울 중구 정동 스포츠경향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실제로 만난 강한나는 하얗고 참한 처자였다. 오히려 조근조근 말을 하는 모습에서는 차분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에게서 사극 다시 말해 고전적인 여인의 이미지를 찾아내는 연출자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했다. 그리고 다소 내향적인 성격과 묵묵하게 일을 하는 성향은 짧은 시간을 만나도 강한나의 진정성을 비교적 빨리 느끼게 해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저도 사진이나 영상을 많이 보는데 미묘하게 메이크업이나 스타일링을 바꾸며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나오더라고요. 배우로서는 축복받은 부분이죠. 감독님들 말씀이 웃거나, 웃지 않을 때도 분위기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 스스로 ‘이런 부분을 봐주세요’하고 감독님들에게 어필하는 건 어색해요. 그냥 오디션을 보면 서툴지만 열심히 하려는 모습들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셀피 찍는 일도 엄청 어색했어요. 하지만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해야 소통을 하는 것 같으니까 적극적으로 좀 해야 할 것 같기도 해요….”

강한나는 연출자들이 흔히 말하는 ‘하얀 도화지’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어떤 연출자는 ‘저렇게 하얀 얼굴에 새빨간 칠을 하면 새빨간 색이 나올 것 같다’는 욕심으로 그에게 배역을 맡기고, 어떤 연출자는 ‘어떻게 해도 순백의 이미지가 나올 것 같다’는 기대로 강한나에게 작품을 맡긴다. 그의 말대로 그런 그의 이미지는 배우로서는 타고난 축복에 가깝다.

나머지는 강한나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가 “좀 더 스스로를 드러내서,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으며 좋겠다”고 주문하자 또한 눈을 빛내면서 의지를 보였다. 착한 사람은 주변의 마음을 얻는다. 하지만 이 명제가 반드시 주변의 마음을 얻는 배우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맑은 마음과 진정성에 욕심이 조금 더 더해진다면 강한나의 이름은 더욱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것이다. 그를 좋게 봤던 많은 사람들의 예상 역시 맞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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