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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둑의 자존심 농심배에서 지켜낸다…강동윤 첫승 사냥 출격

지난 2013년 대회 때 강동윤 9단(오른쪽)이 판팅위 9단의 4연승 도전을 무위로 돌려놓은 뒤 승부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

“농심신라면배만은 내줄 수 없다.”

한국바둑이 농심신라면배 앞에 배수의 진을 친다. 농심신라면배가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지켜 줄 최후의 보루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바둑은 응씨배에서 박정환 9단이 정상 정복에 실패한 것을 비롯해 최근 삼성화재배와 LG배 등 세계기전에서 줄줄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모든 세계기전을 중국이 독식하는 참담한 현실이 코앞으로 닥쳐왔다.

내년 4월 8강전과 준결승전을 치르는 신오배가 중국의 독식을 저지할 마지막 희망이지만, 그 역시 이미 짙은 황사 속에 파묻혀 있다. 한국 선수로서는 신진서 6단 홀로 남았고, 나머지 일곱 자리는 커제·스웨· 저우루이양 9단 등 중국 최강자 그룹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지켜줄 ‘믿음의 대회’ 제1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2차전이 25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농심호텔에서 열린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이 세계최강국의 명예를 걸고 일전을 치르는 ‘반상의 삼국지’다.

각국의 최정예 부대가 출격하는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은 그동안 11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바둑 세계최강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왔다. 최근 눈부신 성적을 내고 있는 중국도 이 대회에서는 겨우 5회 우승에 머물러 있고, 일본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한 차례뿐이다.

개인전 세계 챔프 자리를 모두 중국에 내줄 위기에 몰린 한국으로서는 국가대항전으로 펼쳐지는 농심신라면배만은 반드시 우승을 지켜내야 하는 처지다. 이는 국내 바둑팬들이 내린 준엄한 명령이기도 한다.

“농심신라면배에서만은 중국의 콧대를 꺾어 달라”는 특명을 받고 본선2차전의 선봉장으로 출전하는 선수는 강동윤 9단이다. 그의 상대는 현재 3연승 중인 중국의 판팅위 9단이다. 녹록지 않은 상대다.

그러나 강동윤 9단에게 부산은 ‘약속의 땅’이다. 현재 이 대회에서 기록한 9승(4패) 대부분을 부산에서 낚아올렸다. 특히 2008년 제10회 대회 때는 당시 4연승을 질주하던 중국의 신예 강자 퉈자시를 일축한 뒤 일본과 중국의 야마다 기미오, 박문요, 하네 나오키, 추쥔 등을 연거푸 무릎 꿇리며 파죽지세로 5연승을 내달렸다.

게다가 2013년 제15회 대회 때는 3연승 중이던 판팅위 9단에게 승리한 기분 좋은 추억도 가지고 있다. 농심신라면배에서 6승1패를 기록 중인 판팅위 9단의 1패가 강동윤 9단에게 당한 것이다. 두 사람 간 역대 전적에서도 강동윤 9단이 2승1패로 앞서 있다.

한국으로서는 강동윤 9단의 승전보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9월 중국에서 열린 본선1차전에서 1장 이세돌 9단이 일본의 이치리키 료 7단에게 반집패하며 탈락했고, 2장 이동훈 8단도 판팅위 9단에게 불계패해 한국은 아직 1승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강동윤 9단 뒤에 김지석 9단과 박정환 9단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 밀렸다가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가 힘겨워진다.

이를 잘 아는 강동윤 9단 역시 “부산에서는 기분 좋은 기억이 많다. 올해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기 위해 옷을 여러 벌 준비해 가겠다”며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승은 물론이고, 최대한 많은 승리를 올려 김지석 9단과 박정환 9단이 조금은 편하게 우승을 매듭짓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 우승상금은 국내외 통틀어 최고 수준인 5억원이며, 3연승을 하면 1000만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당 1000만원 추가 지급)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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