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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조영광의 애니팁팡팡-반려동물도 우울증을 겪는다?

최근 반려견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들의 행동변화와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가운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질환들인 강아지 우울증, 분리불안증, 노령성 인지장애증후군(치매) 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의 공통점으로는 평소와는 다른 행동변화들이 관찰된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잘 먹던 반려견이 갑자기 식욕을 잃어버리는 증상, 활발하던 성격이 갑자기 변해서 우울해하는 증상, 주인을 잘 따르지 않거나 못 알아보는 것 같은 증상, 잠자는 시간이 심하게 늘거나 잘하던 배변·배뇨를 갑자기 제대로 못가리게 되는 증상들을 보이는 것이죠.

사실 행동적인 면에 있어서 반려견들이 사람과 동일하게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최신 연구들에 의하면 기쁨·슬픔·고통·놀라움 등의 감정에 있어서는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느낀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반려견에게도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반려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려견 우울증은 개체 및 습성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원래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지닌 늑대의 후예인 개들은 고양이들과는 달리 집단생활에 익숙한 편입니다. 따라서 혼자 남겨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혼자 방치된 반려견이 100%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호자의 애정이나 관심이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운동부족, 보호자들 간의 관계가 안 좋을 때도 우울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먼저 혹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신체적인 이상이나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감별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갑상선 이상으로 인한 호르몬 대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반려견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하고 아프지 않은 반려견을 만드는 것 또한 반려인의 책임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우선시되는 치료법은 보호자와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유지하는 일입니다. 정기적인 산책과 잦은 스킨십을 통한 애정 표현, 혹은 여러 가지 장난감들을 통한 행동 풍부화 요법, 또는 함께 놀아줄 수 있는 동거견을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한 공격성을 나타내거나 반복적인 강박증상 등 증세가 심각할 경우 동물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뒤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 등의 약물치료나 전문가의 행동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근심걱정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병은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에게도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반려견 우울증은 심리적인 요인으로부터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호자가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조영광 수의사는?

조영광 수의사는 충북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육군 53사단 수의장교 대위로 전역했다. 이후 일산 동물병원 및 논현동 그레이스 동물병원 소동물 진료를 담당하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인턴 및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서울대학교 산과학 박사수료 및 개복제팀 소속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산과 진료팀장으로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29살에 총 26개국 474일간의 파란만장한 세계 여행을 다녀왔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살자’를 모토로 <미친 수의사, 지도를 훔지다!>, <수의사, 길에서 청춘을 만나다> 등의 저서를 썼다. MBC <세바퀴> ‘별난 의사 특집’에 출연했고 EBS <세계기행테마> ‘아프리카 잠비아편’에 출연해 여행담을 보여줬다. SKY Petpark <마이펫 상담소>에도 출연해 친절한 상담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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