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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알파고’보다 무서운 놈이 나타났다…커제·박정환 연파한 절정고수 ‘절예’

절예 9단과 세계 최강그룹의 일원이 한 판 승부를 펼치는 장면. 백돌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절예’ 9단이다.

‘무서운 녀석이 나타났다.’

‘알파고’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또 다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등장해 세계 바둑계를 후끈 달궈 놓고 있다. 최근 인터넷 바둑사이트 ‘한큐바둑’에 바람처럼 등장한 ‘절예’ 9단이 그 주인공이다.

한큐바둑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정확히 지난달 1일 대국실에 출현한 이후 한 달여 동안 한·중 고수들만 골라 마치 ‘도장 깨기’ 하듯이 차례로 꺾어 유저들을 열광시켰다. 한큐바둑 아이디 ‘후회없이’ ‘harnn’ ‘크리스폴’ ‘pyh’ ‘piaojie’ 등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국내 최강자 그룹의 일원이다. 중국의 구리·판팅위·구즈하오·퉁멍청 등 중국의 최정예 그룹도 여지없이 격파당했다.

한큐바둑에서 절예 9단에 대해 관전자들이 나눈 대화.

11월 말에는 세계 챔프 출신의 장웨이제를 두 차례 꺾은 뒤 현존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커제와 샅바를 잡았다. 3200여 관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절예’는 부드러운 행마와 절묘한 수읽기로 커제를 제압했다. 자존심이 상한 커제가 재대국을 신청해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1:1로 승부의 균형을 맞추기는 했으나 ‘절예’의 전광석화 같은 공격과 빈틈 없는 끝내기는 ‘알파고’의 행마를 떠올리게 했다.

이어 더욱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한국랭킹 1위 박정환이 끝 모를 연패를 당한 것. 아이드를 전하거나 아이디를 유추할 수 있는 연패 숫자를 알리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어 밝힐 수 없지만, 박정환은 참담한 연패를 당하다 겨우 1승을 챙겼다.

이렇듯 세계대회 우승자들과 한·중 국내대회 우승자들을 상대로 80%에 육박하는 승률을 기록한 ‘절예’를 두고 온갖 추리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몇몇 절대고수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커제와 박정환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애니메이션 <고스트 바둑왕>처럼 오청원의 영혼이 누군가를 통해 바둑을 두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절예’는 중국 톈센트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으로 확인됐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톈센트바둑 관계자도 “현재 ‘타도! 알파고’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성과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한큐바둑에 접속해 최강의 프로들과 대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의 명칭을 ‘절예’라고 지은 것은 아니고, 대국실에 접속하기 위해 가명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 1인자인 박정환과 커제를 꺾은 것을 비롯해 한·중 세계 챔피언들을 상대로 승률 80% 이상을 보이는 ‘절예’ 9단. 인류대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한 후 계속 진화했을 ‘알파고’와 혜성처럼 나타난 ‘절예 9단’이 맞붙는다면 어떤 대결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실력만 놓고 보면 ‘절예’가 최근 조치훈과의 대국으로 화제를 모은 일본의 ‘딥젠고’보다 한 수 위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가운데 ‘절예’가 ‘타도! 알파고’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알파고 대 절예의 한판 대결이 전망된다. ‘딥젠고’까지 가세한 인공지능 간 세계타이틀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개발은 걸음마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큐바둑 하영훈 이사는 “인공지능 세계는 코앞까지 다가온 미래 현실이다. 그 속에서 한국바둑은 ‘후진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며 “우리도 일본과 중국처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개발에 좀 더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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