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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한을 털어낸 서정원 “천당과 지옥 오간 느낌”

간절히 바랐던 우승컵을 거머쥔 서정원 수원 감독(46)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국 최고의 축구팀이라는 명예가 눈앞까지 다가온 것이 천당이라면, 역전패로 다시 뺏길 뻔한 것이 지옥이다. 다행히 수원은 지옥을 박차고, 천당에 다시 올랐다.

수원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비록, 2차전에서는 1-0으로 앞서가 1-2로 역전패했지만, 1차전 2-1로 승리와 맞물려 연장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10-9로 웃었다. 수원은 2010년 이후 6년 만에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포항과 함께 최다 우승팀(4회)이 됐다.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은 것은 덤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서정원 감독은 2013년 수석코치에서 감독으로 승격돼 4년째 수원을 이끌고 있다. 현역 시절 수원에서 선수로 뛰었던 경력도 있어 그야말로 ‘수원맨’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옥에 티가 있다면 감독으로 우승컵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2014년부터 2년 연속 K리그에서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무관’의 아픔을 털어냈다. 더욱이 서정원 감독은 2002년 FA컵에서 수원의 주장을 맡아 팀의 역대 첫 FA컵 우승을 이끌어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기억도 있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FA컵에서 MVP 출신이 우승 감독이 된 사례는 서정원 감독이 처음이다.

서정원 감독에게 이번 우승이 뜻깊은 것은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이 단순히 결승 2차전 한 경기가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지면서 선수단 버스가 팬들에게 가로막혔던 수모를 겪었던 터. 매년 삭감되는 구단 운영비로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일이다. 당시 팬들을 남은 경기에서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설득했던 서정원 감독은 K리그를 7위로 마치고, FA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약속을 지켰다. 겨우내 준비한 스리백으로 전술을 바꿔 남은 7경기에서 4승2무1패를 거뒀기에 가능했다. 서정원 감독은 “축구를 해오면서 올해처럼 힘들었을 때가 있었을까 싶다”며 “선수들과 소통을 통해 ‘수원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강조했는데, 우승으로 보답을 받은 것 같다”고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서정원은 감독은 다시 내년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목표는 바닥까지 떨어진 수원의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다. 올해 K리그에서 처음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K리그 우승을 향해 달린다. 또,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서정원 감독은 “우리는 수원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팀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구단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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